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규모가 지난달 말 141조원으로 2020년 말 52조원에서 3배 가까이 커졌다. 올 1분기(1~3월)에 상장된 ETF는 34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5%나 늘었다. 지난해를 통틀어선 전년보다 19.4% 늘어난 160개가 새로 나왔다. 이는 연간 기준 최다 기록이다.

ETF가 투자자들의 최고 관심사이자, 시장의 대세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ETF 시장을 주도하는 자산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4곳이다. ETF는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하는 것이다. 비슷한 구조의 상품이 많고 수수료가 낮다 보니, 펀드 매니저의 운용 능력보다 운용사의 상품 기획과 마케팅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ETF 시장에선 점유율이 곧 경쟁력이다. 투자 고객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선점해야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운용사 4곳의 시장 점유율 싸움이 거세다. 1, 2위 간과 3, 4위 간 점유율 2%포인트 차이를 줄이려는 수면 밑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픽=송윤혜

◇삼성과 미래의 “최저 수수료 경쟁”

현재 국내 ETF 시장 1위는 삼성자산운용이다. 삼성운용의 순자산액은 지난달 말 55조원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점유율 37%로 삼성을 바짝 따라잡았다.

삼성의 수성 전략은 ‘승자 선도’다. ‘최저 수수료 경쟁’의 시동도 걸었다. 지난달 ‘KODEX S&P500TR’ 등 ETF 4종의 운용보수를 기존 0.05%에서 업계 최저 수준인 0.0099%로 낮췄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 당장 수익이 줄더라도 투자자 유입을 통해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도 가만있진 않았다. 지난 10일 양도성예금증서(CD) 1년물 금리를 추종하는 ‘TIGER 1년CD액티브(합성) ETF’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8%로 내렸다. 삼성보다 보수를 0.0001%포인트 더 낮추면서 ‘국내 ETF 최저 보수’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삼성은 국내 주식형, 미래는 해외 주식형에 각각 강점을 내세운다. 국내 상장된 주식형 ETF 순자산액 1위는 삼성의 ‘KODEX200′로 코스피 200을 추종하는 ETF다. 6조5000억원을 확보했다. 그런데 2위 TIGER 미국S&P500(3조4000억원), 3위 TIGER 미국나스닥100(3조3000억원), 4위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2조5000억원), 5위 TIGER 200(2조3000억원) 등은 모두 미래에셋이 내놨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글로벌 ETF 사업 강화를 위해 글로벌엑스, 호라이즌스 등 해외 ETF 운용사 인수·합병 등으로 글로벌 ETF 운용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송윤혜

◇KB와 한투의 “3등 놓칠 수 없어”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3, 4위 경쟁도 치열하다.

KB운용의 전략은 신상품을 대거 내놓는 물량 공세와 마케팅 강화다. 최근 마케팅 조직을 개편한 데 이어 기존의 ‘KBSTAR’ ETF라는 브랜드명을 새롭게 바꾸는 리브랜딩도 진행할 예정이다. KB운용 관계자는 “많은 신상품을 개발하고 출시할 예정”이라며 “ETF 시장과 같이 성장하는 산업에선 점유율을 선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점유율이 높아야 빗물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투운용은 ‘글로벌반도체TOP4′ ‘빅테크TOP7 Plus’ 등을 내놓으면서 트렌디한 상품을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내세우고 있다. 한투운용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ETF의 아버지’란 별명으로 불리는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운용총괄 부사장을 2022년 대표로 영입하고 브랜드를 ‘KINDEX’에서 ‘ACE’로 리브랜딩했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카피캣(모방)을 지양하고, 차별화되고 엣지 있는 ETF 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 등 외부 전문가를 적극 활용해 다른 운용사에선 볼 수 없는 상품을 낼 것”이라고 했다.

☞ETF(상장지수펀드)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ETF)는 주식시장에 상장돼서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되는 펀드다. 일반 펀드에 비해 거래가 편리하고, 수수료가 저렴하다. 주가, 원자재, 코인 등 다양한 자산 가격을 추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