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뉴스1

강(强)달러로 미국인들이 여행 성수기를 맞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미국인 관광객들은 세계 최고의 여행지에서 호화 여행을 즐기고 있다”며 “아시아, 남미, 동유럽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숙소를 업그레이드하고 국내와 비교할 수 없는 가격으로 고급 식사를 즐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높은 금리와 경기 호조로 인한 달러 강세 덕분에 평소 저렴한 상품을 찾아 헤매던 사람들도 미슐랭 추천 레스토랑의 테이블을 예약할 만큼 부자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해 들어 약 4% 올랐다. 달러 가치는 유로화 대비로는 2%, 엔화에 비해서는 11% 이상 올랐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이다. 강달러에 엔저 현상도 두드러지면서 일본 관광은 성장세를 보였다. 일본국립관광청(JNTO)에 따르면 올해 1~4월에 일본을 방문한 미국인은 약 80만명으로, 지난해 1년간 일본을 방문한 미국인 수보다 많다. 미국인 관광객은 일본에서 평균 9일 이상 머무르며 약 2100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떠나는 미국인도 많아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달러화 대비 사상 최저치에 가까워졌다.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의 통계치에 따르면 올해 1~3월 미국인의 아르헨티나 숙박 예약은 작년 동기 대비 40% 급증했다. 페소화 대비 달러 가치는 지난 1년 동안만 약 330% 치솟았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5년간 달러화가 가장 비싸진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헝가리도 마찬가지다. 현재 1달러의 가치는 360 헝가리 포린트. 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관광 산업도 회복 중이다. 한 미국인 여행객은 “미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식사를 절반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며 “환율이 여행지 방문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지만,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는 분명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여행지에는 한국도 포함됐다. WSJ는 “올해 미국인들이 달러를 들고 더 많은 것을 사러 갈 수 있는 또 다른 인기 관광지로는 헝가리와 한국, 태국, 브라질, 캐나다 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럽은 유로화 약세에도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미국인들의 비선호 여행 지역으로 꼽혔다. 스티븐 카벨 코넬대 호텔경영대학원 교수는 “팬데믹 이후 유럽으로 몰려든 관광객들의 과시욕이 이 지역 물가를 끌어올렸고, 여기에 2024 파리올림픽은 프랑스와 주변 국가들의 물가를 더욱 상승시키고 있다”며 “미국인들은 올여름 유럽에선 다른 지역과 같은 강달러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