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증시 상승률은 5월까지 마이너스(-)로, 아시아 주요국 중 최하위권이다. 그런데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국내 주식으로 고수익을 올린 운용사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올해 평균 27%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코스피를 크게 앞지른 토러스자산운용이다. 작년에도 평균 수익률 38%를 기록해 코스피 상승률(19%)을 제쳤다.
김영민 토러스운용 대표는 2일 인터뷰에서 “통상 2년 정도였던 강세장 사이클이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인공지능(AI) 혁명으로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외국인은 2022년 말부터 40조원 가까이 한국 주식을 매수했는데, 중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서면 한국 주식을 수십조원 추가로 매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산업이 확산되면서 잠재적 수혜를 입을 저평가된 한국 기업들을 선점하고, 향후 원화 가치가 올랐을 때 매도해 환차익까지 기대하는 일석이조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동양증권, 바클레이즈증권 등을 거쳐 지난 2001년 투자자문사를 차렸다. 창업 초기엔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점점 소문이 나면서 현재 운용 규모는 2조5000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매수는 한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예상하면서 미리 베팅하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코스피 상장사 예상 순익은 170조원, 내년 예상은 210조원이다.
“외국인은 주로 2년 연속 기업 이익이 증가하는 시점에 진입하는데, 1년쯤부터 먼저 사기 시작합니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9~2010년에도 외국인은 2년간 약 52조원어치 주식을 사 모았고 큰 수익을 봤죠. 당시 코스피 상장사 순익은 2008년 32조원에서 2010년 97조원까지 상승했는데, 외국인 진입 타이밍과 절묘하게 겹칩니다.”
하지만 외국인의 강력 베팅에도 지금 한국 증시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가 AI 붐에서 소외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를 채택하고, 미국 반도체 회사인 AMD 제품이 삼성 파운드리에서 3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방식으로 생산된다는 결정이 나오면 아주 강하게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