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조인원 기자, 그래픽=양진경

지난 3일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와 조선닷컴에는 ‘재테크 명강-전영수 교수’ 편이 공개됐다. 인구경제학자로 널리 알려진 전영수<사진>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과 심각성, 해결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명대까지 떨어졌다. ‘58년 개띠’라 부르는 1차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출산율이 6.5명인데 거의 9분의 1로 급감한 것이다. 선진국의 합계 출산율(1.6명)에 비해서도 반 토막 수준이다.

전 교수는 “소득은 없고, 미래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커진 저성장 시대에 가족을 형성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카드일 수밖에 없다”며 “합리적이고 똑똑해진 요즘 세대에게는 가족을 만들지 않는 게 효율적인 의사 결정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출산율 저하는 단순한 숫자적 변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틀 전환을 요구하는 젊은 세대의 비명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한국은 아마도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떨어지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도 경고했다. 전 교수의 강연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해 봤다.

그래픽=양진경

-왜 이렇게 출산율이 곤두박질치는 것인가.

“과거에도 20~30대는 근로·자산 소득이 취약했다. 하지만 그때는 가진 게 없어도 10년 후에는 월세가 전세가 되고 20년 후에는 작지만 자가를 보유하고, 30년 후에는 국민평형에 가까운 내 집이 생길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고성장의 수혜라 표현하는 인플레이션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두는 고위험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지금은 미래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그런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

-올해 1분기 초혼 건수가 4년 만에 최고라고 한다. 출산율이 회복될 것이란 청신호로 해석해도 될까.

“출산율이 정부 노력 등에 따라 약간 반등할 수는 있지만 전체 출산아 수는 추세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우리는 부모 세대보다 가난할 수 있는 첫 청년 그룹이 등장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 세대에게 연애, 결혼, 출산은 미래 문제다. 불확실성을 갖고 생활이나 패턴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 진학률이 75%다. 상황 판단 능력이 좋아진 젊은 세대는 결코 가능성에 기대어 고위험 선택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인구 변화가 갖는 의미는?

“이전의 우리 경제·복지 모델은 후속 세대가 끊임없이 공급된다는 대전제 아래 설계됐다. 이른바 세대 부조형, 요소 투입형 모델이다. 그러나 현재 20~30대는 가족의 분화가 연기되거나 중지되는 상황에 있다. 지금까지 통한 지배적 룰이 더 이상은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룰 세팅을 새로 해야 한다. 지금은 4인 가족이 10%가 안 되고, 1인 가구가 42%에 이른다. 즉 가족 소비가 전제된 방식의 자산 배분이 아니라, 혼자 사는 사람의 가치 판단에 근거한 자원 배분이 표준이 될 때다.”

-인구 급감이 경제에 미칠 충격은?

“후속 세대가 선배 세대를 자연스럽게 이어받는다는 세대 부조형 모델을 근거로 하는 연금, 보험, 증권 등 경제 전반에 여파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는 시장은 부동산이다. 기본적으로 총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미래를 어둡게 생각하는 청년 인구는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선배 세대 자산을 ‘바통 터치’로 넘겨받지 못한다.”

-이런 심각성을 깨닫고 정부도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며 출산율 높이기에 힘을 쏟고 있다.

“과거에 만들어진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 마시멜로 4개 더 줄게, 5개 더 줄게 하는 식으로 유도해서는 효과가 나지 않는다.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기존 제도와 현실의 차이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구조적 전환을 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청년 그룹이 희망을 갖고 미래의 편익을 이야기할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한국 사회는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독과점적 이익을 위해서 후배 세대에게 외상 장부를 돌리는 것 아니냐’는 식의 지적을 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밖에도 한국의 초저출산이 일으킬 여러 문제 등 더 자세한 내용은 ‘조선일보 머니’와 조선닷컴에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