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의 주식매도청구권(풋옵션)을 두고 발생한 신세계그룹과 재무적 투자자(FI)들 간 갈등이 일단락된 가운데, 신세계그룹은 연말까지 딜을 완료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까지 FI들의 보유 지분 1조원어치를 제3자에게 팔아주겠다는 것인데, 반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임에도 딜 성사에 문제가 없다는 게 신세계 측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또 다른 FI에게 고금리를 보장해 주며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경영권 지분이 아닌 소수지분인 만큼, 알리바바나 테무같은 전략적 투자자(SI)가 떠안기에는 매력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홍콩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매니지먼트가 보유한 쓱닷컴 지분 30%를 제3의 FI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가 현재 복수의 FI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연말까지 딜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거의 확신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4일 신세계와 이마트는 “투자자가 소유한 쓱닷컴 보통주 131만6493주 전부를 2024년 12월 31일까지 대주주(신세계·이마트)가 지정하는 단수 또는 복수의 제3자에게 매도하는 내용의 지분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쓱닷컴 지분을 각각 15%씩 보유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매니지먼트가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함에 따라 신세계가 1조원을 물어내야 할 처지에 놓였는데, 이후 양측이 한 달간 협상한 끝에 합의점을 찾아낸 것이다. 연말까지 ‘제3자’를 찾지 못한다면 어피너티와 BRV의 지분은 1조원에 신세계가 다시 사줘야 한다.
신세계 측은 FI들의 지분을 사갈 잠재적 후보들과 이미 논의를 시작했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러나 IB 업계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FI 지분 30%의 가치가 1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쓱닷컴의 시총은 3조3000억원이 돼야 하는데, 이는 시장의 눈높이와 현저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쓱닷컴 기업가치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11번가조차 인수 후보를 못 찾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그럼에도 신세계그룹이 자신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본다. 한 PE 고위 관계자는 “경영권 지분이 아닌 FI들의 소수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인 만큼 전략적 투자자가 인수하긴 쉽지 않고, 결국 또 다른 FI에 지분을 넘겨야 할 것”이라며 “이미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만큼 새로운 FI 입장에선 업사이드(기업가치 상승)를 바라보고 투자하기보다는 대출에 가까운 구조화 딜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기업가치 3조3000억원을 기준으로 또 다른 FI에 쓱닷컴 지분 30%를 팔되, 향후 5년 내 몸값 5조원에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하면 약정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해당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FI가 풋옵션을 행사하는 게 상식적일 텐데, 이 경우 원금만 갚는 게 아니라 금리가 붙는 풋옵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내부수익률(IRR) 기준으로 8% 내외의 이자를 붙일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기업인 신세계그룹과의 관계를 고려해 금리를 지나치게 높이긴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크레딧펀드가 늘어나는 추세 역시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크레딧은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안정적 투자 방식을 뜻한다. 에쿼티(지분) 투자의 목표 수익률이 약 15%에 달하는 것과 달리 크레딧 투자는 7~8%대 수익을 목표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