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인식 인공지능(AI) 기업 알체라는 2016년 6월 설립하자마자 네이버(NAVER) 자회사 스노우의 투자를 받았다. 당시 스노우는 AI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기업이다. 2020년까지는 모든 것이 좋았다. 설립 4년 만인 2020년 12월,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대비 2배로 형성된 시초가)’을 기록하는 등 투자자들의 기대도 컸다.

알체라를 함께 창업한 김정배 대표(왼쪽)와 황영규 부대표(오른쪽). /알체라 제공

그러나 장밋빛 미래는 여기까지였다. 흑자전환은커녕 적자 폭만 커졌고, 그러면서 결손금만 누적됐다. 상장 당시 2022년 매출액 349억원, 영업이익 87억원, 2023년은 매출액 587억원, 영업이익 173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지만 공염불이었다.

매년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등 외부 자금 조달로 연명했으나, 이마저도 최근 금융당국 제동에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감사보고서에는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표현이 적혔고, 주가는 상장 당시와 비교해 90% 넘게 떨어졌다.

최근 CB 투자자들은 현 주가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의 전환가격인데도 전환 청구권을 행사했다. CB는 주식 전환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채권이라 회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손해보면서 전환청구를 했다는 것은 회사가 원금을 갚아줄 수 없다고 우려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대표이사는 지분을 대부분 내줘야 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황영규 알체라 대표이사의 보유 지분은 지난 11일 9.18%에서 1.60%로 7.58%포인트(163만5004주) 감소했다. 전날 종가(3545원) 기준 58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한 기업의 설립자이자 대표가 하루 만에 갖고 있던 자기 회사 주식 대부분을 처분하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알체라는 지난 2021년 11월 230억원 규모로 2회차 CB를 발행했다. 운영자금과 타법인 증권 취득 목적이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DS자산운용 등 투자사들은 당시 만기이자율 0%의 악조건에 투자를 집행했다. 계약상 전환청구가는 3만8116원이다. 투자사들은 알체라 주가가 이 수준을 넘을 것으로 낙관한 것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다만 적자가 지속되면서 알체라는 작년 10월 이후로는 1만원 밑에서 헤맸다.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려 했고, 알체라는 우선 지난달 57억5000만원을 갚았다.

회사 측은 급한 불은 껐다고 믿었지만, 위기는 진행형이었다. 알체라가 갚아야 하는 채권액이 112억5000만원이나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알체라가 모두 갚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자 채권자는 회사 측과 2회차 CB 조건을 추가하기로 합의했다. 바로 황 대표 지분에 질권을 설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일 90억원 규모 2회차 CB 전환이 청구됐다. 전환가액은 애초 발행 때보다는 하향 조정됐지만 그래도 턱없이 높은 수준인 2만1248원이었다. 당일 종가 3520원의 6배에 달한 것이다. 이날 종가에 매각한다고 가정할 경우 83.4%의 손실을 보는 셈이다. 대표이사 지분으로 손실을 일부 줄일 수는 있겠지만, 모두 만회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알체라는 2020년 상장 이후 매해 유상증자와 CB 발행에 나섰다. 이렇게 상장 후 조달한 자금은 1000억원 가까이 이른다. 그러나 이 이상의 외부 수혈은 최근 금융당국 심사에 막혔다. 알체라는 지난해 9월 570억원 규모 유증을 결정했지만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관련 보완 요청이 이어졌다. 금감원의 따가운 시선에 알체라는 지난 2월 유증 계획 자체를 철회했다.

현재 알체라는 감사보고서에서 기업 경영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받은 상태다. ‘계속 기업 불확실성’은 유동 자금이 없거나 자본 잠식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기재된 회사는 감사 의견이 적정 의견이더라도 향후 비적정 의견으로 바뀌거나 상장 폐지될 위험이 높아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회계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알체라는 2016년 6월 삼성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 출신 황영규·김정배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스노우에 얼굴인식 기술을 납품하는 조건으로 전략 투자를 받았고, 스노우는 지금까지도 지분 11.73%를 보유하고 있다. 스노우가 현재 알체라의 최대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