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는 밸류업(가치 제고)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상법 개정과 배임죄 폐지 말고도 고쳐야 할 법이 많다.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유도할 수 있도록 배당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상속·증여세 감면 등이 필요하다. 또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 상향 등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부자 감세’라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전부 답보 상태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와 법인세 감면이다. 우리나라 대주주는 배당금에 대해 최고 49.5%(지방세 포함)의 세율을 물어야 한다. 대주주 입장에선 높은 세금을 내면서 배당을 늘리는 것이 부담스럽다.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기업이 배당을 하는 경우 일정 비율로 법인세 혜택을 주고, 배당소득을 납세자가 금융소득종합과세와 분리과세 중 선택하여 납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상속·증여세율도 밸류업을 막는 요인이다. 우리나라 대주주들은 기업을 상장할 때는 적극적이지만, 주가 관리에는 소극적이다. 비상장주식은 장부가치로 상속·증여세를 매기지만, 상장주식은 주가로 과세하기 때문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대부분 기업 지배주주들은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을 확대할 경우 기업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대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는 자사주를 소각해 적대적 M&A(인수·합병) 위험에 노출될 경우에 대비해 ‘포이즌필(기존 주주가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 같은 방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여러 법률 개정안 가운데 우선 금투세 폐지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한도 상향 등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하지만 의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이 반대할 경우 법률 개정은 불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