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타임스 스퀘어 나스닥 로고.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 자금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탄탄하게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붐에 올라탄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AI 반도체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가 대표적이다. 엔비디아의 자체 회계연도 1분기(2~4월) 매출액은 260억4000만달러(약 36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매출과 비교하면 262% 급증했다. 김영민 토러스운용 대표는 “19세기 미국 서부 금광 개발 열풍이 불던 골드러시 당시 곡괭이와 삽을 파는 사람들이 큰돈을 벌었는데, 지금 AI 기술을 개발하려는 기업들이 엔비디아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사려고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엔비디아는 작년 초부터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주가가 800%나 올랐다. 엔비디아 뿐만이 아니다. 올 1분기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 소속 기업 중 390곳(78%)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내놨다.

혁신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미국 증시는 자금의 블랙홀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자금의 미국행이 트렌드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전 세계적으로 약 300억달러(약 41조6700억원)의 자금이 주식·펀드에 새로 유입됐는데, 이 가운데 94%가 미국에 투자됐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선 혁신 기업들이 쏟아지며 증시 판도가 숨 가쁘게 바뀌었다”면서 “반면 한국은 과도한 기업 규제로 신기술 혁신과 산업구조 재편이 더디게 진행됐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시가총액 상위 기업 리스트가 고인 물처럼 비슷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한국 증시 부양을 목적으로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지만,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나 상속·증여세 완화 같은 핵심 과제들은 정치권의 합의가 안 돼 지지부진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