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방탄소년단(BTS) 진이 제대했습니다. 오는 10월에는 제이홉, 내년 6월에는 슈가·RM·뷔·지민·정국이 전역할 예정입니다.
그들의 완전체 컴백을 기다리는 건 팬 아미와 하이브, 그리고 하이브 주주들일 것입니다. 2021년 40만5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2022년 진 입대를 시작으로 하락해 지금은 20만원대입니다. 지난 4월 22일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이 표출된 후 주가는 21만2500원에서 지난달 22일 18만6800원까지 떨어졌지만, 진의 전역을 반기는 듯 하이브 주가도 12일 이후 줄곧 올라 14일에는 20만5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입장에서는 든든한 장남의 귀환입니다. 지난 4월 이후 활동이 없던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진의 전역을 축하하는 피드가 올라왔습니다. 진도 군 복무를 하느라 활동하지 못한 갈증을 해소하듯 적극적입니다. 지난 13일 BTS 데뷔일을 기념해 열리는 축제 ‘2024 FESTA’에서는 팬 1000명과 허그회 진행했습니다. 진은 “(팬들에게) 잘 보이려고 제안했다”고 하더라고요. 진심이 통했는지 그는 6월 보이그룹 브랜드 평판 1위에 올랐습니다. 하이브에게 모처럼 호재입니다.
지난 15~16일에는 하이브에서 주최하는 ‘위버스콘 페스티벌’이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렸습니다. 프로미스나인과 르세라핌, 아일릿 등 걸그룹부터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엔하이픈, 엔팀, 보이넥스트도어, 투어스 등 하이브 패밀리가 총출동했지만 뉴진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이브는 “뉴진스는 해외 활동 중”이라고 밝혔지만, 제 3자 입장에서는 회사 단합 대회에 직원이 빠진 느낌입니다.
만약 BTS가 완전체로 컴백하고, 뉴진스가 나간다면 하이브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민희진 어도어 대표에 대한 투자자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지난 4월 29일자 여기힙해 ‘배민, 넥슨, 그리고 하이브’가 문화적인 관점이었다면, 지금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돈이 되는 여기 힙해 일곱번째 이야기는 ‘하이브’입니다.
◇하이브 주요 계열사 (기준 : 직전 사업연도말, 해외 법인 수익 제외)
계열사 | 영업이익 | 대표그룹 |
빅히트뮤직 | 1776억원 |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 769억원 | 세븐틴, 프로미스나인, 투어스 |
쏘스뮤직 | 120억원 | 르세라핌 |
KOZ엔터테인먼트 | -90억원 | 지코, 보이넥스트도어 |
어도어 | 335억원 | 뉴진스 |
빌리프랩 | 131억원 | 엔하이픈, 아일릿 |
Ithaca Holdings LLC | - | 아리아나 그란데 등 |
HYBE Labels JAPAN Inc. | - | 엔팀 |
NAECO Inc. | - | 히라테 유리나 |
QC Media Holdings Inc | - | 릴 베이비 등 |
HYBE Latin America US Inc | - | 아티스트 육성 및 음악 제작 |
하이브X미국 게펜 레코드 | - | 걸그룹 캣츠아이 28일 데뷔 |
◇BTS 컴백만 하면 34만원 복귀?
하이브 공시 현황에 따르면, 직전 사업연도말 기준 가장 영업이익이 높은 것은 BTS와 TXT가 있는 빅히트뮤직, 그 다음이 세븐틴과 투어스, 프로미스나인이 있는 플레디스입니다. BTS가 군 복무 중인 상황에서 TXT와 세븐틴이 전 세계 투어를 돌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돌 그룹이 수익을 내는 것은 크게 공연과 음원, 앨범 판매입니다. 현재 하이브에서 월드 투어를 돌 수 있는 그룹은 BTS와 세븐틴, TXT 입니다.
BTS는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등에서 공연한 적은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월드 스타디움 투어를 돌지 못했습니다. 곡 ‘다이너마이트’로 첫 빌보드 1위를 하게 된 순간이 코로나 기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가 끝난 후에는 군 복무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BTS가 완전체로 컴백한다면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은 전 세계 스타디움 투어입니다. 블랙핑크가 2022년 10월부터 시작한 월드투어 ‘본 핑크’가 거둬드린 수익 2억 6450만 달러(미국 올케이팝 추산)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에서 글로벌 K팝 시장은 방탄 대 비(非)방탄으로 나뉩니다. 그만큼 BTS의 비중이 크다는 뜻입니다. 하이브도 BTS가 활동하지 않는 올해 초를 가장 큰 위기로 생각했습니다. 지난 3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올해 연봉을 1원만 받겠다고 선언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그러니 BTS의 완전체 컴백은 하이브에게 그 무엇보다 큰 호재입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는 BTS 멤버 순차 제대 외에도 보유 아티스트들의 공백없는 라인업이 기대된다”며 목표 주가를 34만원으로 정했습니다.
◇뉴진스가 나간다면?
그런데 민희진 대표와 뉴진스가 나간다면 하이브는 어떻게 될까요? 경제적인 입장에서는 반대 질문이 더욱 적합합니다. 뉴진스의 활동은 제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먼저, ‘뉴진스’라는 이름과 ‘버니즈’라는 팬덤명, ‘하입보이’ 등 모든 히트곡들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 모든 권리는 하이브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룹 피프티피프티에서 나간 멤버들은 히트곡 ‘큐피드’로 공연을 할 수 없고, 소속사는 새로운 멤버들로 피프티피프티를 새로 만들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가족으로 예를 들자면, 뉴진스를 키운 민희진 대표는 자신이 ‘엄마’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친권을 가진 부모는 방시혁 의장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런 소속사의 권리는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티스트를 만들 때 기업이 짊어져야 할 위험성 때문입니다.
영화·드라마 등을 다수 제작하고 유명 배우들을 라인업을 보유한 한 기획사 대표가 최근 처음으로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영화·드라마를 만들 때는 내 돈을 쓴 적이 없고, 투자 받아 진행했는데, 아이돌 그룹은 밥 먹이는 돈 한 푼까지 내 돈이더라.”
영화·드라마는 배우 한 명, 감독이나 작가만 잘 섭외해도 투자자가 붙습니다. 그러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대부분 신인이며, 유명 작곡가나 안무가가 붙는다고 해도 투자자가 붙기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성공을 보장하기 힘든 프로젝트입니다.
◇민희진 대표에 대한 투자자들의 생각은?
이미 법원에서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독립을 모색한 건 맞다고 못 박은 것처럼, 민 대표가 하이브를 나오고 싶어한다는 것은 이미 업계 내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다들 “민 대표가 언제 하이브를 나올까”가 관심사였습니다. 그런데 한 타 회사 관계자는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민 대표, 하이브 나오기 힘들꺼야. 방 의장만큼 뉴진스나 가수들을 위해 돈 써줄 사람 찾기 힘들껄?”
엔터업은 인풋과 아웃풋을 가늠하기 힘든 사업입니다. 그렇다고 투자를 줄이면, 금방 티가 나기도 합니다. 방 의장에게 그래도 뉴진스는 자기 자식입니다.
현재 민 대표는 엔터업에서 가장 유명해진 사람입니다. 과연 그는 나가기만 한다면 좋은 투자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 제가 만난 투자자들의 반응은 사뭇 다릅니다.
먼저, 오너 리스크입니다. 지난 4월 첫 기자회견으로 민 대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인이 된 날, 사석에서 만난 한 유명 투자자가 말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내 돈으로 뒤통수치는 거야. 돈은 잃어도 돼. 투자는 그런 거니깐. 그런데 그 돈으로 날 배신하면 안 되지.”
두 번째는 프로듀서로서의 자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프로듀서들은 나서지 않는 것이 미덕입니다. 가장 빛나야 하는 것은 ‘아티스트’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인터뷰한 BTS의 작곡가 피독과 안무가 손성득, 세븐틴의 한성수, 르세라핌의 김성현 등이 모두 “내가 한 것은 없다. 모두 아티스트가 한 것이다”라고 겸손한 말을 하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특히 K팝 산업의 가장 큰 약점은 만들어진 그룹이라는 점입니다. 민 대표가 “뉴진스는 내가 만들어낸 성공”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건 그룹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부분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실질적인 어머니로 불리며 소녀시대, 엑소, 샤이니, 에스파 등의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고 프로듀싱한 켄지가 언론 노출을 극도로 피하며 “K팝 어머니라는 말이 제일 싫다”고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좋은 부모들은 “내가 잘 키웠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이번 위버스콘에서는 하이브 소속 가수들이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창업자를 위한 특별 헌정 공연을 펼쳤습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박진영 JYP 창업자와 함께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을 때, 방시혁이 박진영에게 제안해 이뤄진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뉴진스의 성공은 민 대표 혼자 이룬 것이 아닙니다. 박진영이 방시혁과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걸그룹 원더걸스를 데리고 미국을 누비며 흘린 눈물, 한성수 플레디스 창업자가 보아 로드매니저이던 시절, 보아와 함께 아시아 곳곳을 다니며 쌓은 세월들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그 바탕 위에 BTS와 블랙핑크가 꽃을 피웠고, 그 열매로 후배그룹들은 보다 편하게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는 것입니다. 투어스에게 박진영은 증조할아버지쯤 될까요? 그들이 함께한 무대가 눈물났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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