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은퇴자인 A씨는 지난해 고배당주에 투자했던 5억원 중 절반을 덜어내 소형 아파트를 샀다. 매년 나오는 배당금으로 노후 생활비를 충당할 계획이었지만, 그가 보유하고 있던 상장사들이 “주주 친화적 정책을 펴겠다”며 배당을 늘린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됐다. 1년 배당금이 2000만원을 훌쩍 넘어 세금과 건강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날 위험에 처한 것이다.
A씨는 “배당소득이 1년에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어 절세 혜택이 사라지고, 건강보험 피부양자(보험료 면제)에서도 탈락해 가계 부담이 커진다”면서 “죽을 때까지 함께할 만한 효자 종목들이라 아까웠지만 부대 비용 부담에 과감히 처분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국내 증시 수익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세금·건강보험료 등 간접 비용 때문에 최종 이익은 더 줄어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후에 대비해 배당 투자를 한다고 해도 배당소득을 연 2000만원 넘게 받으면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과세(최고 세율 49.5%)되고, 건강보험료 부담까지 생긴다. 주가가 폭락해서 계좌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도 배당금을 많이 받았다면 손해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과세 대상자가 된다. 내년에 금융투자소득세(세율 20~25%)까지 예정대로 시행되면, 주식 투자로 손에 쥐는 금액은 더 축소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증시엔 자동차, 금융 등 배당 수익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지만 정작 개인들은 외면한다”면서 “배당으로 월 167만원씩 받으면 종합과세에 걸리고 건강보험료까지 내야 해서 득보다 실이 많으니 차라리 미국 증시에서 베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증시의 고배당주는 각종 과세·건보료 부담에서 자유로운 외국인 차지다. 코스피 전체 주식의 외국인 지분율은 약 35%지만, 고배당주는 대부분 50%가 넘는다.
자산운용사 임원 K씨는 “글로벌 증시에 투자할 통로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한국 증시에 장기 투자하게 하려면 유인책이 필요하다”면서 “선진국처럼 개인들의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해서 중과 부담을 없애거나 상한액을 정해 분리과세 혜택을 준다면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