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신용등급 6~10등급)가 최소 5만3000명, 최대 9만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서민금융연구원이 17일 밝혔다.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빌린 돈은 8300억~1조4300억원으로 연구원은 추정했다. 이는 연구원이 저신용자 1317명과 합법 대부업체 19곳을 올해 2월 설문 조사한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이 분석 결과는 전년인 2022년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사람들의 추정 규모(3만9000~7만1000명)보다 증가한 수치라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는 합법적인 대부업체도 고금리 때문에 시중에서 돈을 조달하기 힘든 상황, 경기 악화로 대부업체 이용자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져 대부업체 연체율이 급증한 상황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최고 금리 20%를 감당하지 못해 아예 영업을 중단하거나 신규 대출을 하지 않는 대부업체도 늘고 있고, 그나마 대출을 해 주는 곳들도 부동산 등 담보가 확실한 건만 취급하는 곳이 적지 않다. 서민의 마지막 대출 보루인 합법 대부업체의 문이 좁아지자, 어쩔 수 없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 응답자의 78%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구할 방법이 없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응답자의 74%는 “대부업체에 대출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응답자의 50%는 연 100%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고, 연 1200% 이상 금리를 내고 있다는 비율도 10.6%에 달했다.

연구원은 “금융 환경 변화를 고려한 시장 연동형 금리 상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고 금리를 20%로 묶어 둘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최고 금리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합법 대부업체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