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를 쌀 때 사뒀다가 비쌀 때 팔면 차익을 챙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성급했나봐요. 지금 원화로 바꾸기엔 아쉬운데, 일본 여행 떠나는 것 말고 (엔화로) 뭘 하면 좋을까요?”(회사원 이모씨)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엔테크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환(換)차익 기대감에 엔화를 사모았는데, 엔화 가치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1년 전만 해도 엔화는 100엔당 900원대 초중반에서 거래됐지만,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00엔당 875원대에 마감했다.

그래도 ‘언젠가 오르겠지’란 기대감 속에 엔화 사재기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엔화 예금 잔액은 5월 말 기준 1조2893억엔(약 11조3000억원)에 달했다. 연초 대비 1조1500억원 가량 늘었다.

일러스트=김의균

하지만 일본은 기준금리가 0.1%인 초저금리 국가이기 때문에 엔화 예금으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한국 기준금리 3.5%).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엔화 RP(환매조건부채권)를 새로 내놨지만, 수시형 금리는 연 0.15%이고, 만기 약정형이라고 해도 연 0.2~0.25%에 불과하다. 세금까지 떼이니까, 사실상 이자가 없다고 보는 게 속편하다.

엔화가 통장에서 무이자로 놀고 있어 아쉽다면, 올해 새단장한 신(新)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로 현지인들이 많이 사고 있는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에 눈돌려 보자. 일본은 주식 매매 차익과 배당 수익 등에 전부 세금(약 20% 분리과세)이 붙는데, 신NISA로 투자하면 세금이 붙지 않는다.

절세 혜택이 커진 만큼, 자금 유입 속도도 가파르다. 20일 일본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1~3월에 신NISA를 통한 매수 금액이 6조1791억엔(약 54조1800억원)에 달했다. 작년 1년 동안 유입된 전체 금액(5조4096억엔)을 석 달 만에 넘겼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비자금 스캔들과 고물가 등으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끝없이 하락해 최근에는 역대 최저인 16.4%까지 떨어졌지만, 신NISA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관심은 매우 높고 참여도도 역대급”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배당킹은 연 60% 상승한 노무라ETF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일본 주식 관련 고배당 ETF는 10여종이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고배당 ETF로는 노무라운용의 ‘NEXT FUNDS 닛케이평균고배당주50지수ETF’(증권코드 1489)가 꼽힌다. 배당주 ETF 중에서는 가장 거래량이 많고, 덩치(순자산 약 2조2800억원)도 크다. 닛케이평균에 속하는 225개 종목 중에서 고른 고배당주 50개의 주가지수에 연동된다.

5월 말 기준 1년 수익률은 60%(세전, 배당 재투자). 일본 정부가 배당 확대 등 증시 부양책을 시행하면서 수혜를 누렸다. 일본은 지난해 회계연도(2023.4~2024.3)의 배당금 규모가 16조엔(약 140조32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배당은 1년에 4번(1, 4, 7, 10월)이고 분배율은 연 3% 정도라서, 한국 배당주ETF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보수율은 0.308%. 보유 상위 종목은 해운업·금융업으로, 카와사키 키센(川崎汽船), 상선미츠이(商船三井), 미츠이스미토모(三井住友) 파이낸셜그룹, 미츠비시(三菱)UFJ파이낸셜그룹, 일본담배산업 등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日株 고배당 ETF, 추종 지수 다양

다이와운용의 ‘iFreeETF TOPIX고배당40지수ETF’(코드 1651)는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로 구성된 토픽스(TOPIX)100 종목 중 고배당주에 투자한다. 5월 말 기준 1년 상승률은 52%(세전, 배당 재투자)이고 분배율은 약 2%. 보유 상위 종목은 미츠비시상사, 도요타자동차, 미츠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 미츠비시UFJ파이낸셜그룹, 미츠이물산 순이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MSCI재팬 고배당률ETF’(코드 1478)와 글로벌X재팬의 ‘글로벌X MSCI수퍼배당 일본주식ETF’(코드 2564)는 지수산출회사인 미국의 MSCI가 만든 지수를 추종한다.

블랙록 ETF의 보유 상위 종목은 미츠이물산, 도쿄해상HD, 고마츠제작소, 이토추상사, 혼다 등으로, 은행업종은 들어있지 않다. 1년 상승률은 5월 말 기준으로 약 44%이고 분배율은 연 2.3%. 한국 미래에셋운용의 자회사인 글로벌X재팬의 상품은 고배당주 23개와 일본리츠 2개 등으로 만들어진 일본수퍼배당지수를 추종한다. 노리츠, PHC홀딩, 이노해운, 오쿠무라구미, SBI홀딩스 등이다. 1년 상승률은 5월 말 기준으로 약 36%이고, 분배율은 연 3.2%.

일본의 평균 배당성향, 즉, 기업 이익 중 배당으로 지급된 비중은 지난 5년간 40% 수준이었다. 세계 평균(48%)보다 아직은 낮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초과 수익 노리는 액티브 ETF 등장

작년 6월 일본 금융당국이 규제를 풀면서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종목을 골라 담는 액티브 고배당 ETF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수를 추종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패시브형 배당주 ETF는 대형주 비중이 높은 반면, 액티브 고배당 ETF는 중소형주 편입 비율이 높다는 게 특징이다.

노무라 운용의 ‘NEXT FUNDS 일본고배당주액티브ETF’(코드 2084)와 미츠이스미토모DS운용의 ‘SMDAM 액티브 ETF 일본고배당주식’(코드 2011)은 시가총액 1000억엔(약 8747억원) 미만인 소형주가 전체 자산의 10%를 차지한다. 시황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내수 중심의 비제조업 업체들이 제법 편입돼 있다.

‘SMDAM 액티브 ETF 일본고배당주식’의 운용을 맡고 있는 미츠이스미토모DS운용의 기무라타타오(木村忠央) 치프매니저는 닛케이머니와의 인터뷰에서 “고배당주를 단순히 분배율 같은 숫자만 보고 투자해선 곤란하다”면서 “배당 재원이 되는 내부 유보금을 주주 환원에 쓸 것인지, 설비 투자에 쓸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쌓아둘 것인지는 경영자에게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무라씨는 연간 500곳이 넘는 회사의 경영자를 만나 취재한 후 투자를 결정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