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등장하는 여기어때 여름 캠페인(여기어때 제공)

숙박 플랫폼 업체 여기어때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영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CVC캐피탈이 상장으로 선회하는 방향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CVC캐피탈이 원하는 여기어때 기업가치는 약 1조5000억원 수준인데, M&A 시장에서 그 정도 몸값을 인정받기 어렵다면 아예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VC캐피탈은 여기어때 운영사 여기어때컴퍼니(옛 위드이노베이션)의 IPO 카드를 테이블에 올리고 저울질 중이다. CVC캐피탈은 특수목적법인(SPC) ‘베이컨스컴퍼니유한회사(Vacance Company Limited)’를 통해 여기어때컴퍼니의 경영권 지분 80.87%를 보유 중이다. 재무적 투자자(FI) 등이 19.07%를 갖고 있다.

CVC캐피탈 측은 기업가치 1조2000억~1조5000억원을 인정받고 여기어때컴퍼니 경영권을 매각하고자 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22년 미래에셋캐피탈로부터 500억원을 투자받았을 때 이미 몸값이 1조2000억원에 달했다. CVC캐피탈은 지난 4월 매각 주관사 뱅크오프아메리카(BofA)메릴린치가 미국계 FI와 전략적 투자자(SI)들을 대상으로 티저레터를 돌렸으나, 아직 예비입찰 일정 등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IB 업계에서는 여기어때가 원하는 몸값에 팔리는 게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작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478억원이었는데, 여기에 ‘유사 기업’ 부킹홀딩스의 EV/EBITDA 17배를 곱하면 약 8000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부킹홀딩스는 ‘부킹닷컴’, ‘아고다’ 등의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다. 익스피디아그룹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8.7배를 적용하면 몸값은 4000억원으로 더 낮아진다.

이런 상황에 CVC캐피탈이 상장까지 고려하게 된 데는 경쟁 업체 야놀자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야놀자가 최대 12조원의 몸값으로 나스닥시장 상장에 도전하자, CVC캐피탈도 IPO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야놀자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가치 70억~90억달러에 상장을 추진 중이다.

CVC캐피탈은 앞서 지난해에도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다가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적이 있다. 당시에도 약 1조5000억~2조원의 기업가치를 기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