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상훈

인도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5조달러(약 6900조원)를 넘어서는 등 활황세를 보이면서, 최근 인도 펀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금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국내 29개 인도 펀드에 몰린 금액만 3200억원에 달한다. 인도 펀드는 최근 연간 8%의 경제성장률과 탄탄한 내수 시장, 나렌드라 모디 총리 3연임 성공 등으로 2000년대 후반 ‘브릭스(BRICs) 펀드 열풍’ 이후 또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 펀드에 석 달간 3200억원 유입

23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최근 1개월간 공모 펀드와 ETF(상장지수 펀드)를 포함해 인도에 투자하는 국내 29개 펀드에 설정액(국내 투자자들의 펀드 유입액)이 1835억원 들어왔다. 주요 지역별 펀드 중 북미(1조814억원) 다음으로 많이 늘어난 수치다. 일본 펀드(476억원)의 4배쯤이다. 3개월 사이엔 인도 펀드에 3200억원이 유입됐다. 인도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13.89%로 미국(11.23%)과 중국(4.15%)보다 높다.

인도 펀드의 인기 배경엔 최근 인도 증시의 폭발적 성장이 깔려 있다. 지난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최근 6개월간 1조달러(약 1380조원)가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5조달러를 넘어섰다. 증시 규모로는 미국, 중국, 일본, 홍콩 다음 세계 5위다.

인도 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끼쳤다. 앞서 3개월간 진행된 인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권의 압승이 불투명하다는 소식에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니프티50지수가 지난 4일엔 6%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임한 모디 3기 정부가 제조업 육성 중심의 ‘모디노믹스’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자 다시 지수는 반등했고, 니프티50은 18일 2만3557을 찍어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픽=박상훈

◇국내 상장 인도 ETF도 관심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내놓은 인도 관련 ETF도 인기다. 현재 국내에 상장된 인도 관련 ETF는 7개다. 니프티50을 추종하는 지수 추종형 ETF가 5개, 인도 내 거대 재벌 기업인 타타그룹과 각종 소비재 기업에 투자하는 테마형 ETF가 2개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인도Nifty50(일반·레버리지) 등 인도 관련 ETF 3종은 최근 자금 유입이 집중되면서 지난 4일 기준 개인 순매수 금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중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출시한 테마형 ETF는 지난 5월에 상장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올해 하반기 안에 니프티500 구성 종목 중 가전과 자동차, 헬스케어 등 소비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인도 테마형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인도, 성장 지속할 것”… 고평가는 부담

과거 인도 펀드는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 중심의 ‘브릭스(BRICs) 펀드’가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정치적 불안정성과 코로나 팬데믹 등을 거치며 신흥국 펀드 수요는 줄었다. 다만 인도는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정권을 잡은 뒤 제조업 육성과 외국인 투자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모디노믹스’를 추진하며 매년 7%대 성장률을 유지해왔다.

인도 증시 전망도 긍정적이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7%로 신흥국 경제를 선도하며 2025년에도 6.5% 내외로 전망된다”며 “아마존, 애플, 구글 등 글로벌 대표 기업도 생산망과 공급망을 인도에 구축 중이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수혜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인도 주식시장이 고평가돼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네덜란드 1위 자산운용사인 로베코자산운용의 조슈아 크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지난 19일 국내 강연에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인도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난 4월 말 기준 22.7배로 역사적 고점 수준”이라면서 “긍정적 요인들이 먼저 반영돼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