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엔저는 ‘세계의 공장’을 꿈꾸는 일본 제조업의 목표를 앞당길 겁니다. 일본 제조업, 특히 환경과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세요.”
아베 슈헤이(阿部修平·70) 일본 스팍스그룹 회장은 최근 본지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치대학, 보스턴 뱁슨 칼리지 MBA를 졸업한 그는 1981년 노무라에 입사해 피터 린치의 투자를 담당했고, 3년 후 독립해 조지 소로스의 돈을 운용했다. 1989년 귀국해 ‘스팍스’를 창업했고, 자산운용사 중 가장 먼저 상장했다. 워런 버핏이 일본에 투자할 때 자문을 구한다고 한다.
아베 회장은 “현재의 초엔저는 일본이 비정상적인 금리를 정상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비합리적인 것들은 오래가지 않고 어느 시점에 수정되기에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고 했다. 그의 초엔저 시대 투자 전략을 알아본다.
①'엔저’ 수혜 받는 제조업에 투자
아베 회장은 “수출 중심 제조업에 관심을 가지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제조업은 쇠퇴하고 있고,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도 그 역할을 마무리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세계의 공장 역할을 일본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실력 좋은 기술자를 저렴하게 획득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나라가 일본”이라며 “엔저가 완화되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 조정을 받을 순 있지만, 초엔저는 조정이 되더라도 엔화 가치는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유지돼 수출 중심의 제조업 강화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②'장인 정신(모노즈쿠리)’ 강점인 ‘반도체’에 주목
아베 회장은 “일본의 제조업 거점의 회귀 흐름이 가장 빛을 볼 분야는 첨단 기술을 다루는 반도체 부품 분야”라며 “‘장인 정신(모노즈쿠리)’의 강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특히 그는 TSMC가 구마모토에 공장을 건설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1988년 세계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했던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현재 1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다시 일본으로 모여들고 있다. 일본은 과거의 ‘반도체 대국’의 지위를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열풍은 당분간 지속하며 투자의 메인 줄기라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 등 주변의 모든 제품에서 반도체가 사용되고 있다”며 “특히 자동차는 반도체 덩어리로, AI에 의해 사용 빈도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③4조달러 모이는 환경 기술 기업 발굴
아베 회장은 “돈이 몰리는 곳으로 가라”며 “대표적인 곳이 환경 관련 기술”이라고 했다. 그는 “환경 관련 기술을 가진 제조업은 탄소 상쇄(Carbon Offsets)를 전제로 했을 때 2030년 연간 약 4조달러의 자금이 흐를 것”이라며 그 핵심 기술을 전 세계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곳이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라고 했다.
④‘경영자가 성실한지’ 확인하라
아베 회장은 투자 결정 때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가 ‘경영자가 성실한가’라고 했다. 이를 위해 인터뷰 기사나 IR 동영상 등을 유심히 본다고 했다. 이런 기업을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투자 비결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 주식시장이 밸류업(가치 제고)에 성공한 것도 일본 경영자들의 의식 개혁, 자본 효율 개선, 주주 친화 경영이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⑤닛케이 평균, 조만간 5만 간다
아베 회장은 “현재 닛케이 평균 지수는 일본 경제가 정상화되고 앞으로 장기 상승하는 트렌드의 초기 수준”이라며 “지금도 일본 주식시장은 저평가돼 있다. 조만간 5만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닛케이 평균은 3만9300대로 34년 전 주가를 회복한 상태다. 그는 “1989년 버블 붕괴 이후 지난 35년간 일본의 경제 환경은 초디플레이션 상태였다”며 이제 인플레이션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주식시장의 평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일본 기업들의 현금 유동성이 좋은 것도 강점”이라며 “일본 기업엔 작년 말 기준 현금이 336조엔 있다. 앞으로 일본의 기업 경영자가 생각해야 할 것은 이 현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성장 분야에 투자할 것인가라는 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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