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에서 금리 인하가 없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앤 크루거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지난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올해 적어도 금리를 한 차례 내릴 것이란 대다수 경제학자와 다른 의견이다. 그는 1980년대 여성 최초로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올랐고, 2000년대엔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세계 경제학계의 석학이다. 그는 이번에 세계경제연구원, 신한은행이 공동 주최한 국제금융 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연합뉴스

- 미국 통화정책 전망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올해 금리 인하를 할지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물가 상승보다 임금 상승 폭이 더 클 정도로 미국 노동시장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리지는 않겠지만, 올해 내리지 않는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치닫고 있다.

“대선 후보가 모두 ‘보호무역주의’를 외치는 건 이례적이다. 트럼프는 중국과 관계가 나쁘다는 식으로 국민들을 설득했고, 바이든은 첨단 기술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썼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모든 제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국이 보조금을 주는 건 ‘정책 오류’로,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지 못해 결국 모든 국가에 ‘루즈루즈(lose-lose)’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반도체는 보조금 경쟁으로 시장에 과잉 공급돼 결국 수익이 줄고, 미국산은 중국 등에서 만든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을 잃을 것이다. 벌써 많은 기업이 계획했던 투자를 축소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 글로벌 증시 상승에서 한국은 소외된 것 같다.

“한국 경제 상황은 대부분 좋은데, 증시만 오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증시 상승보다 중요한 건 ‘주식 시장이 실물 경제를 잘 반영하고 있는가’ ‘한두 명의 결정으로 증시가 출렁거리지 않는가’ 등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공지능(AI) 광풍이 이끄는 미 증시 호황은 ‘과도하다’고 본다. 엔비디아가 미 증시를 이끌지만, 절반 이상 기업들은 잘 못하고 있다.”

- 한국 경제에 저출생이 닥쳤다.

“이는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의 문제다. 물론 한국이 문제를 빨리 맞이한 측면도 있다. 해결책으로 프랑스가 효과를 본 ‘보육 시설 늘리기’나, 미국의 이민 정책을 제안한다. 미국도 현재 출생률이 인구 대체율에 못 미치지만 아직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것은 이민 정책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