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에 대해 ‘수수께끼 같은 부분이 많다’ ‘거래 지침 투명성이 중국에 비해 떨어진다’ 등 쓴소리를 쏟아낸 보고서가 공개됐다.

지난달 28일 자본시장연구원이 공개한 ‘한국 자본시장의 시장 접근성: 해외 금융 기관의 시각’ 보고서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상업은행·헤지펀드 등 해외 금융회사 15곳에서 일하는 45명을 대상으로 한국 증시의 현재와 문제점에 대해 익명 인터뷰를 한 결과를 담았다. 이들은 익명으로 속내를 털어놨다.

시장 조성 업무를 하는 A씨는 “선진 시장의 공통 특징은 개방된 경쟁과 동등하고 공정하게 적용되는 규칙과 규제”라며 “홍콩, 싱가포르, 호주, 일본 모두 해외와 국내 금융회사 간 차별을 두지 않는 공통점이 있지만 한국 시장은 해외 금융회사에 대한 시장 참여 기회나 규칙의 적용이 동등하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시스템 트레이더 B씨는 “한국 시장에선 거래 규정이나 지침이 홍콩, 싱가포르 등 선진 시장에 비해 투명하지 못하다. 심지어 중국에 비해서도 한국의 거래 지침 투명성은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시장 참여 및 취급 가능 거래 상품은 상대적으로 제한돼 있지만, 거래가 허용되는 금융 상품에 있어선 거래 가이드라인이 명확하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공매도(차입 주식 매도)를 전면 금지한 것도 풀어줄 것을 언급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관계자 C씨는 “공매도는 시장의 전체적 유동성 공급과 가격 발견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순히 헤지펀드 등 공매도를 집중적으로 하는 특정 섹터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라며 “공매도를 제약하는 것은 시장의 다양성과 경쟁도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영문 기업 공시가 부족할 뿐 아니라 정책, 제도 관련 자료의 영문 제공도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인터뷰 참가자 대부분이 한국 자본 시장을 실제로는 선진 시장으로 봐야 하지만 기대하는 수준의 효율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