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철원

최근 네이버웹툰이 미국 뉴욕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여의도 증권가가 들썩이고 있다.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는 말이 흘러나오던 셀트리온홀딩스·야놀자·두나무·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뿐만 아니라 티맥스·SK온 등도 다음 나스닥 상장 타자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국내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스닥은 상장 심사 등에 들어가는 최초 등록비가 한국거래소의 3~4배나 된다. 여기에 상장 유지를 위한 회계·법률·공시 등에 매년 수십억~수백억원이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은 왜 나스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일까.

◇글로벌 시장엔 ‘나스닥’ 간판이 유리

먼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좋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기대다. 나스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미래 기술 기반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 실적은 좋지 않지만, 미래 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기업들이다. 네이버웹툰도 아직 수익이 많이 나는 기업은 아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네이버웹툰이 한국에서 상장했다면 그 정도 밸류에이션을 못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엔 분야별 전문가가 많아 깊이 있는 분석으로 기업 가치를 더 높게 인정해 준다”며 “올 들어 5월까지 뉴욕 증권거래소에 신규 상장한 기업 중 39%가 해외 기업이었는데, 미국 시장에 상장할 경우 기업 가치를 더 높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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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의 필 매킨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미래 수익 대비 주가가 미국 시장은 평균 20.6배로, 유럽의 12.8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12.6배보다 높았다”고 했다.

특히, 지금 미국 주식시장은 역대 최고 ‘불장(상승장)’이다. 돈이 몰리는 곳에 기업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또 이런 시장에 상장하면 기업의 대외 신뢰도가 올라가 글로벌 사업 추진에 유리하고, 거액의 자금 유치가 훨씬 수월할 수 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미국은 투자자 보호가 잘되어 있고 전 세계 자본이 모두 모이는 최고의 시장”이라며 “글로벌 기업을 꿈꾼다면 미국에 상장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엔 차등 의결권 제도 등이 있어 대주주나 최고경영자가 누릴 수 있는 제도적 이점도 있다.

◇나스닥 상장은 ‘고위험, 고수익’

그러나 나스닥에 상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은 만큼, 잃는 것도 많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우선 상장 유지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업계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는 최초 등록 시 29만5000달러(약 4억원)의 등록비를 내야 하고, 이후 상장 주식 수에 따라 최소 5만2500달러에서 최대 18만2500달러의 상장 유지비를 매년 내야 한다. 여기에다 상장 유지에 들어가는 법률·회계 등 관련 자문료도 수십억~수백억원씩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픽=이철원

상장 주관사 수수료도 국내보다 훨씬 높다. 공모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가는 대형 거래의 경우 국내 상장 수수료는 평균 1%지만, 나스닥을 포함한 미국 증시 상장 시 수수료는 평균 4~5%에 달한다. 한 여의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이 국내에서 상장 주관사 사업을 확대하면서 해외 진출 검토가 많아졌다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미국 주식시장은 전 세계 기업들이 경쟁하는 곳인 만큼 상장 거래 조건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스닥은 이른바 ‘다산다사(多産多死)’ 시스템으로, 상장 절차가 쉽고 빠른 만큼, 상장폐지 역시 쉽다.

국내 기업의 나스닥 상장 열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전후반 국내 벤처 붐이 불던 당시, 두루넷 상장을 시작으로 미래산업·하나로텔레콤 등이 잇따라 나스닥에 진출했다. 하지만 대부분 ‘거래 부진’이라는 쓴맛을 보고 퇴장했다. 나스닥 규정에 따르면 일정 기간 이상 주가가 1달러 미만으로 거래될 때는 상장폐지로 직결된다. 증시 관계자는 “나스닥 상장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을 기대하며 고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