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성규

최근 은퇴 후 계획 등을 위해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올 하반기에 은퇴 대비용 부동산 마련의 골든 타임을 노려보려면 매매, 주택 분양(청약), 경매 시장 등 세 가지 전략 세워보기를 추천한다.

우선 아파트 매매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선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와 정부 정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 확대, 고금리, 대출 축소 등이 주택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다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반면 뉴타운·재개발, 공공시설 입주나 도로 개설 등 각종 지역 내 호재는 집값을 올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귀를 열어둬야 한다.

둘째로 분양 시장을 노린다면 반포, 청담, 방배 등 서울 강남 핵심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지역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분양 일정이 밀린 끝에 하반기 이후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추첨제 비율 등을 고려하면 청약 가점이 높은 사람은 중대형 평형을, 낮은 사람은 전용면적 84㎡ 이하를 노려볼 만하다. 다만 분양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고, 후분양일 경우 계약금을 내고 잔금을 치르기까지 기간이 짧은 만큼 세심한 자금 계획이 필요하다.

그래픽=김성규

마지막으로 경매를 통해 내 집 마련을 하겠다면 임차권 등 권리 분석을 꼼꼼히 해야 향후 자금 계획에 문제가 없다. 이 때문에 되도록 임차인이 없는 빈집을 낙찰받는 게 유리하다. 권리 분석에 자신이 없다면 미분양 아파트 공매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분양 아파트 공매는 일종의 ‘할인 분양’이기에 몇 차례 유찰되면 투자 수요가 유입된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일대 전세 시세 정도로 떨어지면 입찰자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만큼 투자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

◇호재, 악재 힘 겨루는 매매 시장

최근 일부 수도권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하고 있고, 올해 서울의 매매 거래량도 늘면서 상승론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21년 7월 이후 처음으로 3개월(3~5월) 연속 거래량이 4000건을 넘었고, 가격도 고점 대비 90%까지 회복했다.

그래픽=김성규

하지만 과거 거래량을 고려하면 주택 시장 대세 상승론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다. 실거래가가 공개된 2006년부터 연 평균 거래량이 5800건이었고, 대세 상승기에는 7000~8000건씩 꾸준히 도달했는데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택 매매 시장의 가격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을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대표적 상승 요인은 입주량 감소, 전세 가격 불안, 정부가 추진 중인 전국의 노후 주택 재건축·재개발, 특례보금자리론 등이다.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1000가구로 작년 3만3000가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전세 가격 불안으로 고점 대비 30~40% 떨어진 지역은 매매 수요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올 하반기 주택 시장은 하락 요인이 상승 요인보다 우세하다는 전망이 많다. PF 리스크, 고금리 지속, 유효 수요 감소가 하반기 부동산 가격 하락을 주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분양 증가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 사업비 증가가 맞물린다면 하반기 이후 PF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 금융 당국이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해 9월부터 강화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 규제 등으로 대출 한도가 줄면서 유효 수요도 감소할 수 있다.

◇분양 시장은 양극화

주택 분양은 공공 분양과 민간 분양으로 나뉜다. 공공 분양은 사회적 취약 계층인 장애인·노부모 부양·다자녀·신혼부부·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 공급 비율이 전체 공급 물량의 85%를 차지해 대상자가 아니면 청약 기준 요건을 맞추기가 까다롭다. 이 때문에 민간 분양에 관심이 쏠린다. 민간 분양은 민간 기업이 민간 택지나 공공 택지를 구입해 시공하는 것으로 공공 분양에 비해서는 가격이 높지만 시중 가격보다는 저렴하고 입지 선호도도 높다.

최근 민간 분양 시장은 서울과 비수도권의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일부 수도권은 분양가가 높거나 단지 규모가 작아도 ‘완판’ 사례가 나오지만, 비수도권은 절반 가까이가 청약 경쟁률이 1대1이 되지 않았다. 실제 서울 광진구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는 최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45가구 모집에 평균 4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총 215가구에 불과한 소규모 단지라 상품성이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경쟁률은 높았던 것이다. 반대로 비슷한 시기 진행한 비수도권 단지 분양은 대거 미달 사례가 나왔다. 경남 ‘김해 구산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일반 분양 683가구 모집에 487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이 0.71대 1에 그쳤고, 부산 ‘동래사적공원 대광로제비앙’, 대전 ‘라 테라스 PH42′ 등도 평균 경쟁률도 1대1 이 되지 않았다. 올 하반기 서울과 비수도권 간 분양 시장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에 묶여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분양 물량이 대거 나오기 때문이다

◇아파트 경매에도 관심

올해 1분기에 아파트 경매는 낙찰가율과 응찰률 등 주요 지표가 동시에 상승했다. 아파트는 서울이 9억원 이하, 인천·경기는 3억~4억원대 저가 물건에 대한 매수세가 늘면서 응찰자가 늘고 낙찰가율도 상승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아파트 경매 건수는 7947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6.1%가 증가했다. 고금리 여파로 경매 시장에 물건이 쏟아져 실수요자가 몰리면서, 이 기간 낙찰 건수는 2977건으로 56.9% 증가했다. 주택 매입가도 상승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빚을 못 갚아 경매에 넘어오는 아파트 매물 증가세가 예상되는 만큼 실수요자 역시 몰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