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품는 에어인천이 기존 펀드의 증자를 통해 인수대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최대 4000억원을 증자하기로 했는데, 컨소시엄을 맺은 한국투자파트너스 PE본부와 인화정공뿐 아니라 다른 전략적 투자자(SI)도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알려져 온 것과 달리, 화물사업부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전혀 떠안지 않고 분할된다. 화물사업부 구주 및 향후 발행할 신주 인수 대금 외엔 별도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없는 셈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어인천 대주주인 소시어스프라이빗에쿼티(PE)는 기존 블라인드 펀드의 사이즈를 키우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현재 에어인천은 ‘인화정공(99.57%)→소시어스 제5호PEF→소시어스에비에이션(80.3%)→에어인천’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이 중 소시어스 5호 PEF를 증자해 자금을 에어인천으로 내려서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소시어스 컨소시엄은 펀드에 약 3500억~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인수금융을 더해 약 8000억원으로 기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구주와 향후 발행할 신주를 인수할 방침이다. 우선 화물사업부가 아시아나에서 물적분할되자마자 화물 라이선스를 보유한 에어인천과 합병하고, 아시아나에 합병 법인의 신주 대신 합병 교부금(구주 인수 대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신주 인수 대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화물기 기재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따라 신주 인수에 들어가는 금액이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는 자체 화물기 8대와 리스 3대를 포함해 모두 11대의 화물기를 운용하고 있는데, 대체로 연식이 오래돼 대거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에어인천은 아시아나의 빚은 전혀 떠안지 않을 예정이다. 현재 아시아나의 부채총계는 12조8000억원에 육박하며 화물사업부에 5000억~1조원의 부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 차입금을 물적분할하는 화물사업부에 1원도 넘기지 않는 게 매각 조건 중 하나였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도 분할 법인의 경쟁력 강화를 원하는 유럽연합 경쟁당국(EC)을 의식해서 빚을 떠넘기지 않고 깨끗한 상태로 매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현재 에어인천에는 복수의 SI가 출자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I가 들어오면 일단 인화정공에 빌린 화물사업부 인수 이행보증금 300억원을 상환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SI가 참여하더라도 펀드의 최대 출자자(LP)는 인화정공이 된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인화정공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의 실소유주가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