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기다리고 본전 되자마자 팔았는데, 오늘 너무 일찍 팔아 아쉽네요. 아직 안 파신 주주분들은 축하드려요. 저는 이제 미장(미국 증시)으로 가려고요.”(40대 주부 A씨) “국장이 노답이긴 하지만, 그래도 (똑같은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에 비해 삼성전자는 너무 저평가되어 있는 거 아닌가요? 십만전자까지 기다릴 겁니다.”(회사원 B씨)
5일 삼성전자 주가가 3년여 만에 최고가인 8만7100원에 마감한 가운데, 이날 하루 종일 삼성전자 주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467만명으로, 국내 상장사 중에서 가장 많다.
이날 삼성전자는 외국인과 기관의 강력 매수세에 힘입어 전날 대비 3% 가까이 올라 상승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직전 최고가는 지난 2021년 1월 25일(종가 8만9400원)이었고, 역대 최고가는 2021년 1월 15일(장중 9만6800원)이다.
이날 삼성전자가 예상치(8조3078억원)를 크게 상회하는 2분기 영업이익(10조4000억원)을 발표한 것이 호재였다. 깜짝 실적 발표에다 인공지능(AI) 붐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곧 통과할 것이란 기대감도 주가를 끌어 올렸다.
✅“셀 삼성전자” 개인 순매도 역대 최대
올해 삼성전자는 주가는 엔비디아향 HBM 공급체인에서 소외되면서 경쟁사 대비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갔다. ‘삼성전자와 강남아파트는 파는 게 아니다’, ‘한번 팔면 (옛 가격이 생각나서) 다시 못 산다’라며 삼전 장투를 굳게 결심했던 개인 투자자들도 오랜 기다림에 지쳐 탈출 버튼을 눌렀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순매도(매도에서 매수를 뺀 것) 금액은 1조727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직전 개인 순매도 최고치는 지난 3월 21일(1조5423억원)이었다. 이렇게 올해 개인들이 내던진 삼성전자 주식 규모는 무려 6조6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외국인은 올해 작정이라도 한 듯, 삼성전자 사재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11일 1조6845억원 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사 모아 역대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던 외국인은 이날도 1조1846억원 어치 순매수하면서 역대 2위 순매수 기록을 남겼다.
✅증권업계 “안 사면 후회할 주식”
부진한 주가에 실망해 탈출하는 개미군단과 달리, 삼성전자 임원들은 최근 자사주를 취득하며 주가 바닥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새로 반도체사업(DS부문)을 이끌게 된 전영현 부회장을 비롯해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박학규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 등 핵심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통상 주요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미래 실적에 대한 자신감 표명으로 주가 우상향의 신호탄으로 풀이되곤 한다.
증권업계도 삼성전자의 HBM 공급 기대감 속에 목표 주가를 속속 높이고 있다. 이달 현재 증권사들의 목표 주가 평균은 10만원이지만, 최고 12만원을 제시하는 곳도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에 대해 “지금 안 사면 후회할 주식”이라고 꼽으면서 목표 주가를 12만원으로 제시했다. 채민숙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D램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메모리 업사이클이 2025년까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 이 가격이면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앞서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12만원으로 높여 잡았던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엔비디아의 HBM 품질 승인은 시간 문제일 뿐 방향성 측면에서 보면 3분기 이후 HBM 공급 가시성이 뚜렷하다”면서 “하반기부터 범용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