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ETF(상장지수펀드)들은 죄다 인공지능(AI) 반도체 ETF던데 투자할 만한 다른 상품 없을까?”

올해 미국 반도체 대장주(株) 엔비디아를 선두로 AI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ETF 시장이 AI 반도체 독주 체제로 가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ETF(레버리지 제외) 상위 수익률 10개 중 7개가 AI 반도체 ETF였다. 이들은 엔비디아, TSMC, 브로드컴 등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투자 자산을 분산하려는 투자자들은 하반기에는 AI 반도체 ETF 외에 투자할 만한 다양한 ETF가 없을지 찾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8곳(삼성·NH투자·신한투자증권, 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신한자산운용)에서 올 하반기 투자할 만한 숨겨진 ETF들을 추천받아 봤다.

그래픽=송윤혜

◇금리 인하 기대감, 미 30년 국채 ETF

우선 미국 30년 국채에 투자하는 ETF들을 추천하는 곳이 많았다. 올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이 높아지면서 금리 하락과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본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미국 국채에 커버드콜(주식을 보유하면서 그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권리인 ‘콜 옵션’을 매도하는 투자 방식) 전략을 씌운 ‘KODEX 미국30년국채+12%프리미엄(합성H)’, 액티브 전략을 쓰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등을 추천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커버드콜 전략을 쓰면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을 확신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도 매월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으며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자산 배분 측면에서도 기존 빅테크와 AI 중심의 투자자들에게 자산 분산용으로 미 장기채 ETF를 추천한다”고 했다.

◇원자력·화장품 등 뜨는 산업군 ETF

실적 개선이나 시장 전망이 좋은 산업군을 모은 ETF들도 주목해 볼 만하다. ‘KBSTAR 글로벌원자력iSelect’는 두산에너빌리티와 HD현대일렉트릭 등 국내 원자력 관련 업체뿐 아니라 데니스 마인·피션 우라늄 등 해외 원자력 관련 업체들을 담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33.7%쯤이다. KB운용 관계자는 “AI 혁명과 관련한 전력 공급 부족 이슈는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체 에너지원과 관련해서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적극적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화장품주를 담은 ETF도 추천 대상에 올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화장품 ETF’는 에이피알,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국내 화장품 업체들을 고루 담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28.7%가량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에이피알, 브이티 등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들이 틱톡이나 아마존 등에서 활약하며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 유럽 등 향후 판매 시장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과거처럼 특정 국가 의존 리스크도 거의 없다”고 했다.

◇밸류업 수혜 ETF도 눈여겨봐야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정책의 수혜가 예상되는 ETF도 추천했다. 이르면 9월에 공개될 밸류업 지수를 활용한 ‘밸류업 ETF’가 나오기 전까지 금융·자동차 등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들을 담은 ETF들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으로 신한자산운용의 ‘SOL 금융지주 플러스 고배당’, ‘SOL자동차TOP3 플러스’ 등이 있다. 신한운용 측은 “금융지주들을 모은 금융지주 ETF는 하반기 세법과 상법 개정 논의가 시작되면서 밸류업 이벤트들이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본다”고 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견조한 실적과 함께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향후 밸류업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외에도 중국 경제 지표 개선 등으로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테크 기업들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 항셍 테크’, 경제적 해자(독점적 지위)를 지닌 미국 가치주에 투자하는 ‘ACE 미국WideMoat가치주’ 등도 하반기 추천 ETF 대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