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선거 결과가 시장 판도에 끼칠 영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당이 승리를 하느냐에 따라 주요 산업과 업종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열린 대선 후보 첫 TV 토론 이후 선거 판도에 더 큰 관심이 몰린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9일 “트럼프 정책의 특징은 한 마디로 자국 이익 우선주의(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압축된다”면서 “재임 기간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물품의 관세를 높이고 법인세를 낮추고(35%→21%) 달러화는 무역 측면에서는 약세를 주장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김상훈 본부장의 설명을 토대로, 지난 2017~2020년 트럼프 재임 기간의 금융시장 상황을 정리해 봤다.
1️⃣금리와 채권의 운명은
지난 2016년 11월 트럼프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당선되자, 금리가 가장 먼저 반응하며 상승했다. 경기 부양과 감세로 인한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가 대거 발행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반응은 최근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지난 달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6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재정적으로 무책임한 예산안을 내놓아 인플레이션에 다시 불이 붙고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17년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경기 부양에 나섰다. 당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인위적인) 부양은 금리 인상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언급하며 맞섰다. 하지만 결국 그 해 말 연준 의장은 파월로 교체됐고, 옐런 전 의장은 1980년대 이후 ‘4년 단임’에 그치는 첫 사례로 남았다.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을 지속했다. 트럼프 취임 당시 연 0.75%였던 기준 금리는 2018년 말 연 2.5%까지 올랐다. 주가는 고금리 악재로 하락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해임을 시사하면서 연준의 독립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2️⃣美 증시 랠리 계속될까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 지수인 S&P500은 코로나 위기 상황(3400대→2200대)을 제외하고는 2100대에서 3700대로 상승 흐름을 유지했다. 다만 업종별 차별화 현상은 심화됐다. IT(성장주), 경기민감, 금융 업종은 상승한 반면, 친환경 관련 에너지 업종은 하락했다. 또 민주당 반독점 규제로 미디어·통신 업종의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김상훈 본부장은 “과거 트럼프 재임 기간을 돌이켜보면 IT와 금융 등 미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업종의 주가 흐름이 전반적으로 양호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현재는 시장 변동성이 낮게 유지되고 있지만 11월 선거를 앞두고 VIX(변동성지수) 10월물 가격이 오르는 등 스마트머니가 움직이고 있다”면서 “증시는 선거 결과를 주시하며 위든 아래든 크게 움직일 텐데 그런 변동성에서 초과 수익을 노리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서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 변동성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3️⃣韓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과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특히 한국은 국가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높았기에 충격이 컸다. 만약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번에도 무역 분쟁으로 인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기업가치 개선) 프로그램이 하락을 막아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가능성이 있다.
전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화는 어떻게 움직일까.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달러화에 대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발언한 적이 많았다. 그는 취임 당시 중국 등 주요 교역국에 관세 부과를 시사하면서 강달러(원화 약세)가 미국 무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기본적으로 수출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약달러를 선호하는 것이다.
지난 4월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달러 강세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키우고 있다”면서 “강달러는 미국 제조업에 재앙(a disaster for our manufacturers and others)”이라고 밝혔다. 주요국이 의도적으로 자국 통화 약세를 방치하고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참모들이 달러 약세를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각종 감세 정책에 재정 지출과 부채 관리도 엄격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러가 지금처럼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캠프의 관세 정책이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내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등 수입품에 무거운 관세를 부과하면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이 때문에 연준이 고금리를 유지하면 달러 강세는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