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가총액이 사상 최고라고요? 그런데 주가는 왜 이 모양인가요.”(회사원 A씨)
9일 코스피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주가지수 향방에 쏠렸다. 시가총액은 주가와 발행 주식수를 곱한 것으로, 상장사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다. 코스피는 현재 시점의 시가총액을 과거(1980년) 시가총액과 비교해 산출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 시장 813사의 시가총액은 약 2340조원으로, 직전 최대치 기록(2021년 8월 10일, 2339조원)을 3년 만에 갈아치웠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34% 상승한 2867.38에 마감했다. 일반 투자자들은 시가총액이 사상 최고치까지 찍었는데도, 코스피는 역대 최고치(3316)에 한참 못 미치는 사실에 답답해하고 있다.
본지가 삼성증권에 의뢰해 2002년 초 코스피(748)와 시가총액(280조원)을 100으로 환산해 비교해 봤더니 코스피 시가총액은 지난 22년 동안 약 8배 증가했다. 반면 주가지수 상승률은 같은 기간 시가총액 증가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코스피 시가총액과 지수 간 격차는 2배 이상이었다.
그 차이는 주가 지수를 산출할 때의 시가총액과 실제 시가총액의 차이에서 생긴다. 주가지수를 산출할 때는 신규 상장, 증자, 감자, 상장폐지 등 주식수 변동에 따라 시가총액이 바뀌는 것은 반영하지 않고 순수하게 가격이 바뀌는 것만 반영한 시가총액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규 상장, 증자 등이 많으면 발행 주식수와 주가를 곱한 시가총액은 늘어날 수 있지만, 주가지수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식수 변동에 따른 시가총액 변동분을 주가지수에 반영하면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지수를 급등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상장, HD현대의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에서 보듯, 한국 증시는 자회사 분할 상장으로 주식수가 늘어나 주당 가치가 계속 희석되고 있다”면서 “2000년 이후 시장 전체의 주식수는 연평균 4%씩 증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선진국 증시는 시가총액과 지수가 커플링(동조화)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2002년 이후 나스닥 시장 추이를 살펴보면, 시가총액이 불어난 만큼 지수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남우 회장은 “미국은 우량 기업들이 현금 일부를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사용하는 등 효율적으로 자본을 활용한다”면서 “신규 상장이 많아도 전체 시장의 주식 수는 증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증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 중 하나는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다. 미국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수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자금 수요는 이달 기준 약 9340억달러(약 1290조원)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공모가 거품을 만들어 개인 투자자들의 소중한 자금을 뽑아 먹으려는 대기 자금이 10조가 넘는데, 미국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하고 동시에 소각해 주주환원에 애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