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뉴시스

코스피가 11일 2891.35로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3일 연속 갈아 치웠다. 장중 한때 2896까지 오르며 2900선에도 바짝 다가섰다. 한국 증시의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날 장중 각각 8만8800원, 24만8500원까지 오르며 나란히 52주 최고가를 찍었다.

한국 주식 시장이 꾸준히 오르자, 보유 종목을 서둘러 처분하기보다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는 개인 투자자도 늘고 있다. 올 들어 개인들은 반년 동안 18조원 넘게 주식을 순매도(매도액에서 매수액을 뺀 금액)했다. 한국거래소가 통계를 집계한 1998년 이후 역대 최대다.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도 올해에만 1조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시가총액 사상 최대(2364조원)를 기록 중인 한국 증시, 과연 3년 전처럼 삼천피(지수 3000) 고지를 다시 밟을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 내리막으로 돌아설까.

✅급부상하는 M·V·P 시나리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한국 증시가 뒤늦게나마 글로벌 증시 랠리에 동참하는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붐이 일면서 한국 기업들이 상승 모멘텀(Momentum·계기)을 찾았고, 정부가 저평가 해소 목적에서 진행하는 밸류업(Value-up·기업 가치 개선) 노력이 주가 하락의 방어막 역할을 하고, 기업들의 실적 호전(Profit)이 이어지는 이른바 ‘M·V·P 상승세’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사장은 “AI가 중심인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반도체 1~2위 기업들이 대한민국 증시에 있다는 건 우리에게 큰 행운”이라며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상황에서 맞이할 혁신의 시대에 주도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으로 방향을 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이사도 “현재 우리 증시는 원·달러 환율이 1380원 선으로 높은데도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특이한 상황”이라며 “달러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한국 증시는 박스권에 있어서 외국인에겐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증시가 싸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일련의 밸류업 정책들이 연기금 등 장기 투자 자금을 불러 모으는 유인책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양진경

✅커지는 삼천피 기대감

코스피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오르고 있지만, 실제 주식 계좌에서 상승세를 체감하는 개인은 많지 않다. 최근 증시 상승세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초대형 우량주 위주이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거래하는 중소형주 위주 코스닥 시장은 오히려 수익률이 역주행하고 있다.

올해 26조원이 넘는 외국인의 왕성한 순매수가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집중되면서 대형주 쏠림 현상도 심해졌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의 합산 시총은 약 1130조원으로,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8.6%에 달했다.

그래픽=양진경

증권가는 삼천피(코스피 3000)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 대신증권·BNK투자증권 등이 코스피 상단을 3200까지 올렸고 삼성증권·메리츠증권도 3150 선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삼천피 달성 여부는 덩치가 가장 큰 삼성전자가 키를 쥐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코스피 다른 종목들의 주가는 제자리라고 가정하고 계산해 봤더니, 삼성전자 주가(8만7400원 기준)가 지금보다 약 18% 올라 10만3300원이 되면, 삼천피 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삼전 주가 18% 오르면 삼천피

삼천피 시대가 열리면, 부진한 주가 흐름에 애정이 차갑게 식어 떠났던 개미 군단이 돌아올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투자자예탁금·머니마켓펀드·자산관리계좌(CMA) 등 주식시장에 언제든지 투입될 수 있는 단기 부동 자금은 역대 최대인 350조원에 육박한다.

한편, 이날 하반기 IPO(기업공개) 대어로 주목받았던 게임사 시프트업이 상장됐지만 첫날 주가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정해지고 상한가 마감)을 바라던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 이날 시프트업은 공모가(6만원) 대비 18.33% 오른 7만1000원에 마감했다. 시프트업은 공모주 청약 당시 341대1의 경쟁률에 증거금만 18조5500억원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