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의 한 대로변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뉴스1

자영업자 빚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높아지고 있는데, 개인사업자 대출금리마저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채 금리가 내리며 가계대출 금리는 하락하고 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취급한 개인사업자 보증서담보대출은 연 4.62~4.80%로 집계됐다. 전달 연 4.60~4.83% 대비 상단은 0.03%포인트 하락했지만, 하단은 0.02%포인트 올랐다. 개인사업자 물적담보대출의 경우 지난달 금리는 연 4.70~5.13%로 집계됐다. 전달 연 4.71~5.21% 대비 하단은 0.01%포인트, 상단은 0.08%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담보물이 없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달 연 5.10~5.82%를 기록해 상단이 6%에 근접했다. 이는 전달 연 4.99~5.87%에 비교하면 하단이 0.11%포인트 뛴 수치다. 이 기간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의 10건 중 5~8건은 연 5% 이상의 고금리가 적용되기도 했다. 은행별 금리 연 5% 이상 취급 비중은 농협은행이 80.2%로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 70.4% ▲국민은행 62.7% ▲우리은행 57.1% ▲하나은행 55.5% 순이었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높은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에서는 건전성 관리 등으로 개인사업자 대출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고금리·고물가와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수입은 주는데 고금리로 이자 부담만 불어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대출 만기가 점차 돌아오면서 상환 능력이 부족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가 쌓이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5대 은행의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1조3560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9870억원 대비 37.4%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이 314조6860억원에서 322조3690억원으로 2.4% 증가했으나 연체가 더 빠른 속도로 늘어 5대 은행 평균 연체율이 0.31%에서 0.42%로 뛰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금융기관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비율이 높은 점도 악재다. 다중채무자란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최대한 빌려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차주(돈 빌린 사람)를 말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전체 다중채무 개인사업자는 172만7351명으로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인 335만9590명 중 51.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금융 당국도 개인사업자를 부실을 키울 수 있는 ‘약한 고리’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 당국은 채무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진 자영업자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와 자영업자 차주의 재무 건전성 변화가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로 잠재 부실이 누적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