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유혈 사태가 벌어지면서 자산시장 시계가 불투명해졌다. 양당 후보의 색깔이 뚜렷하게 다르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따라 자산별 희비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가 선거 결과를 예측하면서 매매 타이밍을 잡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미국 S&P500지수 연평균 수익률은 11.7%, 코스피200은 6.3%였다. 그런데 그 긴 세월 중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100일 동안 계좌에 주식이 없었다면, S&P500 수익률은 -9.1%, 코스피200은 -14.1%로 뚝 떨어진다. 투자에 있어 최고와 최악의 시기를 정확히 맞히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좌를 차곡차곡 불려나가고 싶은 투자자들은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 한화투자증권이 이달 초 펴낸 ‘자산전략 보고서’를 토대로, 한 번 알아두면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재테크 원칙 4가지를 정리해 봤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1️⃣장기 투자, 환헤지 걸지 마세요

해외 자산에 투자할 때 환(換)헤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환헤지란, 환율 변동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일정 비용을 내고 현재 수준의 환율에서 계약을 고정시키는 것을 말한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그랬지만 미국에 위기가 발생해도 사람들은 달러를 사고 원화를 판다”면서 “원화는 지난 60년 동안 지속적으로 약해졌는데(130원→1300원) 한국에 약간의 문제라도 발생하면 원화는 훨씬 더 약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IMF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은 2000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한상희 연구원은 “달러는 기축 통화이지만 원화는 종이돈에 가깝기 때문에 환헤지를 하려면 비용이 발생하고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미국 증시에 투자한다면 환헤지는 하지 않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환헤지 비용을 가장 낮은 수준인 연 1%로 가정하고 환헤지를 100% 했을 때와 전혀 하지 않았을 때의 장기투자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어떤 선택이 나은지 더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1990년에 1000만원을 미국(S&P500)과 한국(코스피200)에 절반씩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환헤지가 100% 들어간 포트폴리오는 현재 계좌 잔고가 7300만원 정도다. 반면 환헤지를 전혀 하지 않았은 계좌는 현재 잔고가 1억6500만원으로 17배로 불어났다.

2️⃣원자재는 오래 보유하지 마세요

원자재는 오래 보유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투자처가 아니다. 이는 실제 수치로 보면 더 확실하다. IMF가 발표하는 원자재 가격 지수의 고점은 지난 2022년 8월(241.9)인데, 직전 고점인 2008년 7월(202.8)에 사서 보유하는 경우 연간 수익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4년 5월 지수는 168.7이기 때문에 오래 들고 있을수록 손해인 셈이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자재는 인플레이션 헤지도 안 되고 가격 급변동도 심하기 때문에 실수요 업체의 트레이딩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다”면서 “구리나 금 같은 원자재는 거시 경제 방향성을 보여주므로 참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가령 원자재는 값이 오르면 가격 저항이 발생해 소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지속적인 가격 우상향 곡선은 그리기 어렵다. 또한 가격이 급등한 시기에는 집중 투자가 발생해서 2~3년 후에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급락 현상이 뒤따르게 된다.

박영훈 센터장은 “경제 성장이 지속된다는 전제 하에 원자재 투자는 급락 시기에만 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과 경기 불황이 맞물리는 시기에는 낙폭이 매우 커지는데 그때를 노려 진입하면 쏠쏠한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박 센터장은 덧붙였다.

3️⃣비상장 기업에도 관심 가져 보세요.

미용기기업체인 에이피알은 올해 첫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으로 투자자들에게 알려져 있다. 공모가 25만원에 상장해 최고 46만원대까지 오르는 화력을 뿜었다. 그런데 에이피알은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선 원금 대비 8~10배씩 회수한 대박 투자처로 더 유명세를 떨친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에이피알을 공모주 청약 때 사서 보유했다면 6월 말 기준 수익률이 57.2%다. 반면 비상장이었던 2017년부터 투자했다면 수익률이 2320%에 달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장 기업 투자는 실패할 확률이 있긴 하지만 난관을 이겨내서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비상장 종목은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개인투자조합 형태로 매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중에서 큰손 투자자들이 특히 선호하는 것은 개인투자조합이다. 절세 혜택이 크기 때문인데 종합소득금액의 50% 한도 내에서 3000만원까지 전액 소득공제가 적용된다(3000만~5000만원은 70%, 5000만원 초과는 30%)

김수연 연구원은 “최근 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 지연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면서 “상장 병목 현상이 해소되면 앞단에 있는 벤처 투자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수 있고, 하반기 예정된 벤처투자 활성화 종합 대책도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투자 목적의 주택 매수는 조심하세요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면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중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갈아타기 수요와 전세가·분양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주택 시장이 전환점을 맞이한 모습이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연기한 것도 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요소다.

앞으로의 집값 동향과 관련해선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부동산은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이 있다는 이유로 쉼없이 오를 것이란 ‘대세 상승론’과 거래량이 과거에 비해서는 여전히 작아서 추세적인 상승은 아니라는 ‘반짝 상승론’이 팽팽히 맞선다.

한상희 연구원은 향후 한국에서 주택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긴 어렵다고 전망한다. 그는 “한국의 주택 거래는 인구 수 대비로 따져보면 다른 나라보다 매우 활발한 편”이라며 “장기적으로 한국 주택시장 거래량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령 미국과 일본의 인구 대비 주택 거래량은 1.5% 정도인데, 한국은 작년처럼 거래 가뭄이라는 시기에도 1.8%였다는 것이다. 한국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4%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 연구원은 “부동산은 대표적인 대체 자산이지만 과거에는 실물 외에는 마땅한 수단이 없었기에 투자 수요가 높았던 것일 뿐”이라며 “거래량이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팔고 싶을 때 팔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투자 목적의 부동산 보유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수·매도 호가 차이와 세금을 고려하면, 실물 주택보다는 오히려 상장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자산 배분 대상으로 적합하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