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코스피 상승 마감.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피격 사건 후 15일 처음 열린 아시아 주식 시장은 큰 충격은 받지 않았지만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하루 종일 보합세를 보이다 소폭 상승으로 마감했다. 달러, 금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2900을 향해 빠르게 보폭을 넓히던 코스피 지수의 흐름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무섭게 오르던 대만 가권 지수는 이날 주춤했다. 홍콩 H지수, 항셍 지수 등 중국 관련 지수는 중국 2분기 성장률이 4.7%로 예상인 5.1%보다 안 좋게 나온 것 등이 겹쳐 하락세를 보였다. 일본 주식 시장은 ‘바다의 날’을 맞아 휴장했다.

일러스트=양진경

◇코스피, 2900 목전에 두고 보합세

1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14% 오른 2860.92, 코스닥은 0.3% 상승한 852.88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하루 종일 보합세를 보이며 방향을 저울질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799억원, 289억원 순매도했고, 기관이 1217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이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날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3시 40분 현재 0.44% 오른 1383원에 거래 중이다. KRX 금 시장에서 금 g당 가격은 0.58% 상승한 10만732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단기간 커졌다고 분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후보 피습이란 특수성으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최근 코스피는 2900포인트를 향해 빠르게 상승했는데, 이번 주엔 그 흐름이 꺾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ATFX 글로벌 마켓은 “아시아 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흐름이 나타날 것이며 금 상승, 엔화 매수, 달러와 미국채로도 자금이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비트코인은 3% 이상 상승하며 6만달러를 넘었다. 이더리움도 3% 이상 동반 상승했다. 앞서 트럼프 후보는 ‘가상 화폐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가상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으로 비트코인으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파산한 가상 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의 비트코인 추가 상환 이슈가 남아있긴 하지만, 독일 정부의 대규모 비트코인 물량 매도가 끝나면서 호재들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방산주 오르고, 친환경주 하락

업종별로는 트럼프 수혜주로 방산, 제약, 금융, 에너지, 원전 등이 거론된다. 글로벌 분쟁에 소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트럼프의 기조에 따라 전 세계 국가들이 자주 국방 예산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에 따라 방산주는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로 분류된다. 15일 LIG넥스원은 전 거래일 대비 13.35% 상승한 23만3500원, 현대로템은 7.51% 오른 4만2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LIG넥스원과 현대로템은 이날 장 초반 각각 24만1000원, 4만4900원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화시스템(5.63%), 한화에어로스페이스 (4.54%) 등 국내 주요 방산 관련 주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LIG넥스원은 국산 유도 로켓 ‘비궁’이 미국 국방부 주관 시험 평가에서 최종 성능을 인정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운송, 중국 관련 주 등은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되돌리고 대중 무역 갈등 수준도 높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국내 대표 신재생에너지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3.89% 하락한 35만8500원, 씨에스윈드는 2.42% 하락한 4만8300원, 두산퓨얼셀은 1.67% 하락한 2만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피격’ 같은 정치적 이벤트는 단기적으로 소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트럼프가 (여론조사에서) 지던 상황이 아니고 1차 대선 토론 이후 트럼프 승리 가능성을 선반영한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는 않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