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평균)가 0.59% 상승한 반면, 나스닥종합지수(나스닥지수)는 2.8% 급락했다. 두 지수 모두 미국 주식 시장을 대표한다고는 하지만,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차이 때문에 엇갈린 길을 간다는 것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 /로이터 뉴스1

다우평균은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우량 대형주 30곳을 묶은 주가 지수다. 128년 역사를 가졌지만, 소비재, 에너지, 금융 등 전통 산업 중심이어서 트렌드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나스닥지수는 테크주,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약 3000개 기업 주가로 구성된다. 그런 만큼 최신 트렌드를 잘 반영하지만, 변동성이 크고 각종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우와 나스닥의 엇갈린 행보

지난 17일에는 다우평균과 나스닥지수의 엇갈린 행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다우평균은 0.59% 오른 4만1198.08로 마감해 사상 처음 4만1000선을 돌파했다. 5월 16일 4만 선 돌파 이후 두 달여 만이다. 구성 종목 가운데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가 16일 실적 발표 이후 이틀 연속 4% 넘는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그래픽=박상훈

그러나 나스닥지수는 2.8% 급락했다. 나스닥지수가 2%대 하락률을 보인 것은 4월 30일 이후 3개월 반 만이다. 또 지난 2022년 12월 15일(-3.23%)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하루 낙폭이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하며 반도체주(株) 투자 심리가 크게 가라앉은 게 결정적 이유였다. 엔비디아·TSMC 등 AI(인공지능) 반도체 종목들이 대거 포함된 나스닥 지수가 전통 우량주를 담은 다우평균보다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래픽=박상훈

◇지수 구성 종목이 향방 갈라

두 지수가 엇갈린 모습을 보여준 것은 지수 구성 종목이 크게 다른 특성 때문이다. 다우평균은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30개 우량기업 주식 종목들로 구성된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존슨앤존슨, 셰브론, JP모건과 같이 소비재·헬스케어, 에너지, 금융 기업 등이 주로 포진해있다. 반도체 종목으로는 인텔만 포함되어 있다. 인텔 비율도 구성 종목 중 0.5%가량으로 적다. 다우지수에는 “미 증시 상장 종목이 5000개가 넘는데 30종목으로 시장 움직임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느냐”는 부정적 평가가 따라붙지만, 오히려 반도체 종목이 적은 것이 이날은 더 큰 하방 압력을 막은 것이다.

반면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IT(정보기술), 통신, 바이오 등 3000여 개 주식 가격을 가중평균한 지수인 나스닥지수의 타격은 컸다. 나스닥지수에는 엔비디아, TSMC, 수퍼마이크로컴퓨터 등 올 들어 대세장을 이끌고 있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종목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올해 다우평균과 나스닥지수의 상승률 추이를 봐도 둘의 엇갈린 행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올 들어 17일까지 다우평균은 9.31% 올랐지만, 나스닥지수는 배가 넘는 19.89%가 올랐다. 나스닥지수에는 소위 M7으로 불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등 주요 테크주들의 주가 상승이 고스란히 반영되지만, 다우평균에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M7 중 일부만 포함돼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 들어 138%나 오른 엔비디아가 다우평균에는 없고, 나스닥지수에만 들어 있는 게 차이를 불렀다.

한편 일각에선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다가오면서 테크주를 매도한 자금이 다른 우량주들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클 그린 미 심플리파이 에셋매니지먼트 수석 전략가는 18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지금의 매도는) 반도체 칩 영역의 압력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으며 소형주로 확장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주식 시장에서 그간 방치됐던 많은 분야에서는 차별적으로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나스닥지수와 달리 금융, 소비재, 에너지 등 전통 우량주로 구성된 다우평균이 주목받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