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브라운 테톤캐피털 이사 /이혜운 기자

“미국 기준으로 했으면, 두산밥캣(이하 밥캣) 대 두산로보틱스(이하 로보틱스) 합병 비율은 96대4여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기업 가치를 따질 때 실적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적자 기업인 로보틱스의 가치는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시가 총액 기준이라 49대51이 됐습니다. 날강도당한 기분이라, 그날 밥캣 지분을 대부분 매도했습니다.”

22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로 열린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 세미나에서 외국인 투자자인 션 브라운 테톤캐피털 이사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밥캣과 로보틱스 합병은 너무 실망스럽고 배신당한 느낌”이라며 “밥캣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가치가 절반 정도 희석당해 휴지 조각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텍사스대를 졸업하고 테톤에 입사해 17년째 근무 중인 그는 “텍사스 건설 현장을 다니며 밥캣 가치를 분석했다. 현장 근무자들이 밥캣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을 보고 장기 투자할 목적으로 보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일 밥캣과 로보틱스 경영진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가진 콘퍼런스콜 답변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경영진이 기업 간 시너지를 강조하기에, ‘얼마냐’고 물으니 ‘아직 추산을 못 했다’고 하더라. ‘시너지 시점을 언제로 추정하느냐’고 했더니, ‘그것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고 했다. 그는“결국 이번 합병의 실질적 수혜자는 ㈜두산이다. 한 푼도 안 내고 밥캣 지분을 14%에서 42%까지 끌어올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합병 발표 전 5만2000원이던 밥캣 주가는 이날 4만8850원으로 마감했다. 같은 기간 로보틱스도 8만5300원에서 7만9700원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