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가 그룹 내 알짜회사 2곳을 자회사로 가져가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한층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회사채 발행은 물론, 조만간 추진할 기업공개(IPO)도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앞서 SK그룹은 “버릴 건 버리고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결국 SK에코플랜트는 계속 품고 갈 회사라는 메시지가 나온 셈이다. 그룹이 지원해 주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더해져 이달 말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SK에코플랜트는 자체 신용평가보다 우호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22 대한민국 에너지대전 SK에코플랜트 부스 전경(SK에코플랜트 제공)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그룹 내 반도체 가공·유통업체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고 지난 19일 공시했다.

SK가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에 넘기고, 그 대가로 SK에코플랜트 신주를 받는 방식이다. 신주 발행 후 SK가 보유한 SK에코플랜트의 지분율은 42.9%에서 63.2%로 높아진다. 오는 9월 주주총회 의결 및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의 절차가 남았는데, 전부 비상장사라 큰 의미는 없다.

에센코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그룹 내에서도 알짜회사로 꼽히는 곳이다. SK하이닉스를 거래처로 두고,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고 있어서다. 에센코어는 홍콩에 본사를 둔 반도체 모듈 기업으로 DRAM 메모리 모듈, 메모리 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반도체 산업 등에 활용되는 질소·산소·아르곤 등 산업용 가스를 제조해 장기 공급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알짜회사를 가져가는 배경에는 SK에코플랜트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가 자리잡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이후 건설업종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기피 현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SK에코플랜트는 새로 인수한 환경사업 등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어 있다. 당장 회사채 발행까진 괜찮았지만, IPO에선 원하는 기업가치를 받기 어려운 상태였다. 앞서 2021년 SK에코플랜트는 기업가치 10조원을 내세웠는데, 현재 시가총액은 K-OCT 기준 2조2000억원 정도여서 괴리가 크다.

SK에코플랜트란 사명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과거 SK건설에서 건설사 이미지를 벗고, 에너지·친환경 중심의 신사업을 영위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사명을 바꿨다. 통상 기업가치를 계산할 때도 비교 대상 그룹에 건설사보다는 에너지, 환경기업을 두는 게 더 낫다. 시장 규모를 기반으로 미래 실적을 추정하는 데 높은 기대감은 부여할 수 있어서다.

다만 아직은 여전히 건설업 비중이 높다. 올해 1분기 기준 건설사업을 칭하는 솔루션 사업이 전체 사업의 71%를 차지했고, 에너지 사업(11%), 환경사업(18%)은 부차적인 수준에 그쳤다. 자회사 2개를 붙인다고 해도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건설 비중은 59% 정도다.

재무구조 개선은 기대되는 요소다. SK에코플랜트는 건설업 특성상 부채 비율이 높고, 버는 돈이 적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8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1745억원이었다. 만약 두 회사가 연결 대상 종속기업으로 편입될 경우, SK에코플랜트의 연간 매출액은 1조원대로 늘어나고 영업이익도 1000억원가량 더해질 것으로 한국신용평가는 추산했다. 부채비율도 245%에서 230.7%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IPO의 경우 아직 회사 측과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눈높이 차이가 여전하지만, 당장의 회사채 발행 여건은 나아질 전망이다. SK에코플랜트는 이달 말 신용등급 ‘A-’로 공모 회사채 13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SK그룹 내 핵심 자산을 붙인 건 유사시 계열사 지원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여서 상환 문제는 없다는 신호로 투자자들이 받아들일 전망이다. 향후 자회사 편입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신용등급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