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여의도 사옥 내 황소상./연합뉴스

“한국 증시 저평가는 오랜 과제입니다. 경제계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과 소통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진짜 밸류업’ 마련이 필요합니다.”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상혁 의원 등 8명의 민주당 의원 주최로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밸류업(가치 제고)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이 한 말입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정부 당국자 말과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토론은 지금까지 정부 주도로 열렸던 ‘밸류업’ 세미나와 비슷했습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을 상장 기업 ROE(자기자본이익률) 등을 바탕으로 분석했고, 이상훈 경북대 교수가 최근 두산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을 예로 들며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 충실 의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손창완 연세대 교수와 박유경 APG 자산운용·EM 주식부문 대표는 상장 기업을 가족에게 승계하는 기업 문화를 비판하며, 주주 권리를 강조했습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등은 “이사 충실 의무를 상법에 도입하면 주주 대표 소송이나 배임 처벌 등이 확대되며 밸류업을 저해할 수 있어 현실에 맞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재계 입장을 반영한 의견을 냈습니다.

한국 증시 ‘밸류업’은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 토론회에서 처음 강조한 정책입니다. 그러나 밸류업 프로그램 초안은 밸류업 부진 기업의 퇴출 등 채찍이 빠졌고, 세제 지원 방안도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는 말이 나오는 등 정부, 여당의 밸류업 정책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밸류업 운전석에 앉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백지화’ 대신 ‘금투세 유예안’을 이재명 전 대표가 내놨고,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비슷한 효과를 내자는 아이디어도 민주당에서 나옵니다. '

밸류업은 여야 없이 추진해야 할 정책입니다. 하지만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고 끌고 갈 컨트롤 타워는 있어야 합니다. 정부, 여당이 미적대는 사이 ‘윤석열표 대표 정책’인 밸류업의 운전석을 야당에 넘기고 마는 건 아닐지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