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가 국내 게임 개발사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게임 개발사의 소수 지분에 투자하거나, 경영권을 확보해 해외 배급(퍼블리싱)을 담당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에서다. 텐센트는 예전부터 국내 게임 시장의 큰손으로 꼽힐 만큼 주기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24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텐센트는 국내 게임 개발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텐센트코리아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벤처캐피털(VC) 게임 전문 심사역들을 접촉하며 리스트업에 필요한 정보를 서치 중이다. 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텐센트는 3~4년 주기로 국내 게임 개발사에 대한 투자를 진행한다”며 “최근 텐센트코리아가 게임 전문 심사역들을 만나 투자할 곳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텐센트는 과거에도 국내 게임 개발사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네오플에서 ‘던전앤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들이 독립해 설립한 액트파이브, 모바일 게임 기업 해긴, 로한M 개발사 엔엑스쓰리게임즈, 라인게임즈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슈팅게임 ‘크로우즈’ 제작사 로얄크로우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현재는 국내 게임 대장주인 크래프톤(13.73%), 넷마블(17.52%), 시프트업(40.03%)의 2대 주주이며, 카카오게임즈 지분도 321만8320주(3.90%)를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시프트업의 ‘승리의여신: 니케’ 등의 해외 퍼블리셔를 담당하고 있다.
텐센트는 국내 게임을 퍼블리싱하며 매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텐센트가 퍼블리싱하는 모바일게임과 비게임 앱을 합친 매출 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6.4%, ‘배틀그라운드’는 5%, ‘승리의 여신: 니케’는 3%를 차지했다. 텐센트 모바일 매출의 약 15% 가까이를 한국 모바일게임이 이끈 셈이다.
최근 시프트업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서 한국 게임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텐센트가 보유 중인 시프트업 지분 가치는 전날 종가(6만6600원) 기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텐센트의 정확한 매입 단가는 알려진 바 없지만, 2022년 시프트업의 기업가치(6400억원)와 2023년 기업가치(2조원)를 고려하면 평균 매입 단가는 2만~3만원대로 추정된다.
텐센트의 투자 스타일은 두 가지로 나뉜다. 자기자본을 통해 중대형 게임사에 대규모로 투자하거나, 국내 VC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초기기업에 씨를 뿌리는 방식을 취한다. 텐센트는 국내 진출 초기 캡스톤파트너스 펀드에 출자해 국내 게임 개발사에 투자했고, 최화진 캡스톤파트너스 공동대표가 독립해 코나벤처파트너스를 설립한 뒤에는 코나벤처파트너스 펀드에 출자를 진행했다. 다만 이번에는 VC 출자보다는 게임사를 리스트업한 뒤 직접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가 국내 게임 개발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의 중국 압박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 투자가 막힌 상황에서 텐센트가 선택할 곳은 아시아 지역이 최선인 상황”이라며 “다만 동남아시아는 게임 개발을 잘하는 곳이 아니고, 일본에서는 지적재산권(IP) 계약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남는 곳은 한국뿐”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을 전문으로 투자하는 한 심사역은 “텐센트가 국내 게임 개발사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는 이유는 단순히 투자 이익 때문이 아니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라며 “국내 게임사는 텐센트를 등에 업고 해외 판로를 개척할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