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키오스크를 통해 도면을 확인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함. /HD현대일렉트릭 제공

전기 전압을 바꿔주는 변압기 관련 주식들이 올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상승률 1~2위 종목들이 전부 변압기 관련주였다.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확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등 미국을 중심으로 전력 인프라 구축 수요가 늘어나면서 변압기 업체들의 실적이 급상승한 영향이다.

24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변압기 대장주로 꼽히는 HD현대일렉트릭(이하 HD일렉)은 전날보다 5.6% 상승한 36만5500원에 마감했다. 장중 37만4500원을 찍으면서 2017년 상장 이후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HD일렉은 연초 이후 이날까지 355% 오르면서 800여 코스피 종목 중 상승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전날 HD일렉이 발표한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7% 증가한 2100억원이었다. 상반기(1~6월) 누적 영업이익은 3388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3152억원)을 넘어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1243억원)도 훨씬 웃돈다.

HD일렉은 지난 2017년 HD현대중공업에서 분사했을 때만 해도 적자 기업이어서 그룹 내 입지가 좁았지만, ‘전력 수퍼사이클’이 찾아오면서 7년 만에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부상했다. 외국인은 올해 HD일렉 주식을 1조원 넘게 사 모았다. 상장 이후 지난 7년간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은 1년에 많아 봤자 1500억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돈 되는 곳은 기막히게 잘 찾아내는 것 같다”고 평했다.

한편, 올해 코스피 상승률 1~5위 중 삼양식품(211%)을 빼면, 나머지 4종목은 모두 전기 관련 업체였다(LS일렉트릭 259%, 대원전선 208%, 삼화전기 192%). 이들 종목은 모두 미국 AI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올해 주가 상승률(145%)을 압도한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친환경 정책에 비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더라도 전력 기기 업계의 호황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전력망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값싼 전력망 구축 등은 필수적이라서 정책적 지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 설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달에만 Kodex AI전력핵심설비, Kodex 미국 AI전력핵심인프라, KoAct AI인프라액티브, SOL 미국 AI전력인프라 등 4종이 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