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업황 개선에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예상해 수혜주로 자금이 모이는 현상) 효과가 겹치면서 조선주 주가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4~62%가량 올랐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순매수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선업의 수퍼 사이클이 지속되는 만큼 하반기 증시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올 들어 62% 상승
국내 조선 3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 1위 업체인 HD한국조선해양 주가는 올 들어 23일까지 62.4% 올랐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각각 24.05%, 44.93% 상승했다.
조선업 종목을 주로 담은 ETF(상장지수펀드)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의 ‘SOL 조선 TOP3 플러스’는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3.32%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ETF 중에서는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에 이어 2위였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38%로 높다. 이 ETF는 3대 조선사인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을 포함해 조선사 비율을 80% 이상 가져가고 있다.
◇업황 개선에 ‘트럼프 트레이드’ 맞물려
조선주 강세 배경에는 업황 개선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조선업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클락슨리서치의 ‘신조선가 지수’(새로 건조되는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것)는 지난 12일 기준 187.78포인트로 올 들어 최고점을 기록했다. 지난 3월 말 184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계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새 선박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신조선가 지수도 높아지고 조선사들의 실적은 좋아진다.
신조선가 상승에는 지난 2008년 수퍼 사이클 때 팔린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의 교체 주기(20년 안팎)가 임박해 오고,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로 교체 시기가 앞당겨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도 좋은 상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5일 유럽 소재 선사와 총 3조6832억원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 12척 건조 계약을 체결하면서 올해 연간 수주 목표치를 돌파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수주는 4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2억 달러)보다 53%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주가 ‘트럼프 트레이드’ 테마에 탑승한 측면도 이 종목들의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대신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미국의 LNG나 LPG(액화석유가스) 수출 증가로 이어지고, LNG나 LPG를 실어 나르는 운반선 발주가 늘어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원화 가격이 달러당 1380원대의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조선사의 실적을 높이고 있다. 조선사들은 선박 수출 시 건조 대금을 달러로 받는데, 수주 이후 환율이 높아지면 원화로 환산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조선업 목표 주가 상향 조정
외국인 투자자들도 코스피에서는 차익 실현을 위해 자금을 빼고 있지만 조선주에 대해서만큼은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2일부터 23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1조22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지만, 삼성중공업(1750억원)과 HD한국조선해양(480억원)은 순매수했다.
증권사들은 조선업계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 증권사 7곳이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목표가를 11~25%가량 상향 조정했다. 서재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조선업은 최근 발주 강세 환경에 더해 신조선가 상승에 따른 장기 랠리 기대감도 크다”며 “상저하고 흐름의 뚜렷한 실적 턴어라운드도 예상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