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라인의 통합 블록체인 플랫폼 ‘카이아’(Kaia)의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된 데다 카이아로 통합될 클레이튼 관계자들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하지만 카이아 측은 “기술적 준비가 완료됐다”며 사법 리스크 우려를 일축했다.
서상민 클레이튼 이사장은 지난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블록체인 리더스 서밋 도쿄 2024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규제기관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데, (재단 출범 승인이) 거의 다 됐다는 업데이트를 최근 받았다”며 “(출범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구속 등 사법 리스크로 재단 출범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반박한 것이다. 앞서 카이아 측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재단 설립 신청을 했다. 재단이 설립돼야 카이아 코인 상장을 시작으로 여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카이아는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클레이튼’과 라인이 만든 ‘핀시아’를 통합한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시가총액을 합치면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아시아 최대 플랫폼이 된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통합이라는 상징성을 가지면서 국내외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다.
카이아는 통합을 발표하면서 6월 말 재단 설립이 완료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단 출범이 지연되면서 통합 과정에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클레이튼 임원들이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재단 출범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카이아 측은 사법 리스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 이사장은 “통합을 시작할 때 욕심을 냈다”라며 “시뮬레이션 결과 6월 말이면 출범이 가능하다고 봤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어 재단 출범이 늦어진 건 아니다”라며 “규제기관과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구속에 대해서는 “(카카오가) 사업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등 영향이 아예 없다고 보긴 힘들다”면서도 “(클레이튼은) 카카오와 분리된 개별 주체로서 독립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클레이튼 운영에 손을 뗀 상태다. 다만 아직 서비스 주체로 남아있어 카카오가 앞으로 카이아 사업에도 주요 참여자가 될 것이란 게 서 이사장 설명이다.
서 이사장은 클레이튼 관계자들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정확한 근거 없이 소문에 의해서만 고발한 것 같아 (고발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많다”라고 했다. 클레이튼이 자금 세탁에 사용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블록체인의 투명한 장부를 다 확인하면 될 일이다”라며 “범죄든 자금세탁이든 내가 아는 선에선 전혀 없다”고 했다.
현재 카이아는 블록체인 개발자 등을 위한 프로그램 ‘카이아 웨이브’를 출시한 상태다. 재단 출범이 공식화되면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가동된다. 서 이사장은 “웹3 대중화가 (카카오와 라인의) 공동 목표였다”며 “메신저라는 채널을 통해 여러 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다면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탈중앙화된 금융 콘텐츠를 사용하기가 어렵고 안전성 등에 문제가 있는데, 이런 부분을 해소하는 게 카이아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아는 사람만 사용하는 게 아닌, 대중적으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