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나무 CI. /푸드나무 제공

간편 건강식 플랫폼 ‘랭킹닭컴’을 운영하는 푸드나무의 경영권 지분이 매물로 나왔다. 회사가 신사업 진출을 위해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김영문 대표가 연대보증을 섰는데, 상환 여력이 부족해지자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통매각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김 대표는 보유 주식 일부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하거나 주식담보대출을 받아서 부족한 자금을 조달해왔는데, 이번엔 아예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지분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푸드나무는 EY한영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물밑에서 매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김영문 대표 지분(41.21%)과 김 대표 형인 김영완 부대표 지분(18.82%)을 포함해 총 60.03%이다.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푸드나무의 시가총액은 430억원 수준이지만, 김 대표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할 시 지분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원매자 측에서는 인수 후 증자 등을 통해 수백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낮게 보고 있다. 몸값에 대한 대주주 측과 원매자 측 눈높이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푸드나무는 헬스트레이너 출신인 김영문 대표가 2011년 설립한 회사다. 닭가슴살 판매 플랫폼 ‘랭킹닭컴’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2018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피키다이어트’, ‘다이어트&쿡’, ‘맛있닭’, ‘러브잇’ 등의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하며 돈을 버는 구조다.

푸드나무는 돈을 빌려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휘청이기 시작했다. 특히 금융기관 차입금을 활용할 때 김 대표가 연대보증을 선 게 문제가 됐다. 연대보증은 회사와 연대해서 채무를 변제하겠다는 약정이다. 회사가 빚을 갚지 못한다면 김 대표가 책임지고 전액을 갚아야 한다.

푸드나무는 2022년 3월 물류센터 투자 목적으로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300억원을 빌렸는데, 이때 김 대표는 360억원의 신용대출 연대보증 약정을 맺었다. 이후 차입금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685억원까지 늘어났고, 김 대표의 연대보증 금액도 51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후 푸드나무는 여러 신사업을 시작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자회사는 총 7개인데, 지난해 말 5개 회사가 적자를 냈다. 배양육 등의 식품을 개발하는 에프엔프레시(-42억2700만원), 프랜차이즈 사업을 담당하는 에프엔어니스티(-22억8900만원)의 순손실이 가장 컸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복합 문화공간 메이드림을 운영하는 에프엔플레이스(-6억5800만원), 베트남 법인 CONG TY TNHH(-5억4800만원), ERP 소프트웨어 설계 및 개발사인 에프엔블럭(-1억7500만원) 등도 적자였다.

당기순이익을 낸 곳은 스마트 물류 자동화 회사인 에프엔풀필먼트(3억9500만원), 공공조달 전문회사 에프엔서플라이(8700만원) 등 두 곳에 불과했다. 돈을 빌려 자회사에 투입했지만, 다시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분기 말 기준 푸드나무의 자회사에 대한 대여금은 289억원인데,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여서 회수 가능성은 낮다.

푸드나무는 자체적으로 부채를 상환할 여력도 부족하다. 2022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208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177억원, 올해 1분기에는 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727.4%로, 지난해 말 401.5%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만 780억원에 달한다. 유동비율은 67%에 불과해 당장 빚 갚을 현금이 부족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해 이자비용은 26억원, 올해 1분기에만 9억원 넘게 나가며 재무 부담을 더하고 있다.

즉 외부 자금이 들오고, 부채부터 갚아야 숨통이 트이는 셈이다. 연대보증으로 얽힌 김 대표 지분도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다. 올해 들어 김 대표는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블록딜로 주식을 처분했다. 1분기에 30만6000주를 주당 6719원에 팔았고, 4월에는 47만5000주를 주당 4645원에 정리했다. 지난 5월 17일 보유 주식 43만주를 주당 4670원에 매도했다. 이렇게 현금화한 금액이 63억원 정도다. 그러나 점점 주가가 떨어지며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연초 7000원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최근 3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막대한 이자 부담도 이번 지분 매각의 주된 이유 중 하나다. 김 대표와 형인 김 부대표는 지난해 6월 전체 주식의 35%까지 담보로 맡기고 218억원을 빌렸다. 이후 보유 주식을 블록딜로 내놓으면서 일부 상환했고, 현재 약 50억원의 대출이 남아있다. 이자율은 5.99%~9.69%에서 설정됐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개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지분을 팔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 회사 에프엔디벨롭먼트를 통해 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일으키면서 이자 부담도 커졌고, 사업에 속도도 내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22년 자본금 20억원으로 에프엔디벨롭먼트를 세웠다. 이후 우리은행으로부터 100억원을 빌리고, 본인 명의로 76억원을 융통해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토지 6만4447㎡를 192억원에 사들였지만, 아직 개발은 하지 못한 상태로 보인다. 부동산 개발이 진행됐다면 장부에 건설 중인 자산 등이 기재돼야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여전히 토지만 적혀있는 상태다.

대신 이자는 계속 내고 있다. 주식담보대출, 개인 법인 대출 등 김 대표 명의로 나가는 이자 금액이 상당해 지난해에는 차입 구조를 바꾸기도 했다. 우리은행으로부터 45억원을 더 빌리고, 본인 차입금은 일부 상환해 38억원으로 줄였다. 자금 부담을 겪고 있던 김 대표가 대여금 일부를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에프엔디벨롭먼트가 내야 하는 이자는 더 많아졌다. 우리은행의 이자는 5.41~5.45%로 김 대표에 대한 이자 4.6%보다 높다.

한편 신용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4월 15일 한국평가데이터는 푸드나무 신용평가 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