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콘텐츠 시각효과 전문기업 엠83(M83)이 코스닥시장 기업공개(IPO) 절차를 본격화했다. 이달 중 상장한다는 목표로 1일부터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 나선다. 2020년 2월 설립된 지 4년여 만에 상장하는 것으로, 경쟁사들과 달리 실제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영상 콘텐츠 시각효과 전문기업 엠83(M83) CI.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엠83은 이날부터 오는 7일까지 5거래일간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후 공모가를 확정, 12일부터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다. 계획대로라면 이달 중 코스닥시장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장 주관은 신영증권이 맡았다.

엠83은 영상 시각 특수효과(VFX) 전문 기업이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한산’과 ‘노량’의 특수효과를 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그 외에도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빈센조’ 등에 참여했다.

엠83은 이번 상장을 위해 150만주를 전량 신주로 모집하기로 했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1만1000~1만3000원이다. 밴드 상단을 기준으로 계산한 공모 금액은 195억원이며, 상장 후 시가총액은 1012억원으로 추산된다.

시장에서는 엠83의 기관 수요예측 흥행을 점치고 있다. 연초부터 계속돼온 공모주 투자 열풍이 한풀 꺾인 상태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해 밴드 상단을 초과하는 공모가를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공모주 물량을 대량 확보하고 상장 당일 매도하려는 기관들의 수요가 여전히 많다.

엠83은 특히 VFX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크다고 평가 받는다. 영업이익률이 10%가 넘는다. IB 업계 관계자는 “VFX 기업들은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 이익률이 낮다는 한계를 지니는데, 엠83은 고부가가치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해 이익을 내고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엠83의 지난해 매출액은 421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전년도의 2.5배에 달했다.

엠83은 흑자를 내고 있지만 대규모 적자를 내는 경쟁사들보다 낮은 몸값을 내세웠다. 2015년 상장한 덱스터스튜디오와 2021년 상장한 자이언트스텝은 작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1500억원이 넘는다. 엠83은 공모가가 밴드 상단으로 정해지더라도 기업가치가 1000억원 수준이다.

덱스터의 경우 지난해 4136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자이언트스텝은 260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 규모는 덱스터가 가장 크고 엠83과 자이언트스텝이 서로 비슷하다. 지난해 덱스터는 677억원, 자이언트스텝은 42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유사성 높은 회사들이 모두 적자를 내고 있는 만큼, 엠83은 그 대신 영상 콘텐츠 제작 유통 기업 에이스토리와 스튜디오미르를 비교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들의 연간 순이익(작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을 토대로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치 25.3배를 낸 뒤, 자사 순이익 64억원과 곱해 1600억원의 평가 시총을 냈다. 엠83은 여기에 34~44%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했다. 코스닥 신규 상장사들의 최근 평균 할인율(22~34%)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벤처캐피털(VC)업계 한 관계자는 “엠83은 2022년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 투자유치 당시 390억원 몸값을 인정받았다”면서 “2년 새 기업가치가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지만, 2022년 순이익이 19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PER 기준으로는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엠83 2024년 프로젝트 현황. /엠83 홈페이지

상장일 유통 주식 수는 279만2000주로 전체 상장 예정 주식(778만5000주)의 35.86% 수준이다. 공모주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유통 주식 수 비율이 30% 이하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살짝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다만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진이 2년간 자발적 보호예수를 적용키로 했다. 즉, 49.38%의 지분이 상장 후 2년간 시장에 나오지 못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엠83의 상장 이후 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VFX 산업 자체가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생산성 향상보다는 인력에 의한 VFX 기술 경쟁력으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만약 VFX 용역을 수주, 총괄 기획하는 핵심 인력이 이탈하기라도 한다면, 곧장 새로운 경쟁사가 나타나기 쉬운 구조다. 엠83만 해도 정성진 대표가 경쟁사 덱스터의 총괄 본부장 출신이다. 최고기술경영자(CTO) 등 핵심 인력도 대부분이 경쟁사 출신으로 구성돼있다.

엠83 스스로도 인력 이탈에 따른 경쟁 심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회사는 증권신고서 투자위험 요소에 “향후 당사와 유사한 기술력이나 관련 인력을 유치한 경쟁사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수익성 및 외형 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한편 엠83은 공모 자금을 VFX 기술 개발과 해외 마케팅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말 중국에 현지 연락사무소를 세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북미 및 유럽 현지 VFX 법인을 인수하는 방식의 해외 사업 확장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