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뻥튀기 상장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의 대표가 금융감독원에 출국금지를 사흘만 풀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반도체 콘퍼런스에 참석해 주요 잠재 고객사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다.

2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지효 파두 각자대표는 최근 출국금지를 일시적으로 해제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제출했다. 이 대표는 금감원 특사경이 지난해 11월 파두 수사에 착수한 후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상태다.

이 대표는 오는 6일(현지시각)부터 8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24 퓨처오브메모리앤스토리지(Future of Memory and Storage·FMS)’ 콘퍼러스 참석을 출국금지 해체 요청 사유로 들었다. FMS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전시회로 꼽힌다.

이 대표는 개막일인 6일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플랫폼스의 스토리지 엔지니어인 로스 스텐포트, 낸드플래시 기업 웨스턴디지털의 마케팅 부사장인 에릭 스패넛과 함께 공동 기조연설을 하기로 했다. 또 웨스턴디지털과 협력 계획을 발표하고, 일부 기업들과 업무협약(MOU)도 체결하기로 했다. 언론에도 해당 일정을 공개했다. 행사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도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 파두 본사 모습. /뉴스1

하지만 이 대표는 출국금지 상태여서 미국 출국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앞서 금감원 특사경은 서울남부지검의 수사 지휘를 받아 이 대표 등에 대한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했고, 법무부가 받아들였다.

이 대표는 금감원에 낸 탄원서에 최소한의 경영 활동을 위해 미국에서 고객사와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회사의 생존과 회복을 위해 고객사와의 대면 미팅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회사 정상화와 매출 성장, 주가 회복을 위해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파두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해외 기업 3곳으로부터 SSD 및 SSD 컨트롤러 공급 계약을 잇달아 따내기도 했다.

파두는 지난해 8월 기술특례상장 방식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파두는 상장 전 제출한 투자설명서에서 2023년 연매출 추정치를 1203억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상장 직후 공개된 2분기 매출이 5900만원으로 드러나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기업공개(IPO)를 위해 2분기 실적을 일부러 숨긴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뻥튀기 상장 의혹이 불거진 뒤 금감원 특사경은 지난해 11월부터 수사에 나섰다. 파두를 비롯해, 상장 대표 주관사 NH투자증권, 공동 주관사 한국투자증권, 한국거래소 등을 압수수색 했다. 파두의 최대 매출처였던 SK하이닉스도 두 차례 압수수색을 받았다.

금감원은 파두가 매출 전망치를 부풀리고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높게 책정한 과정에서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반면 파두는 반도체 업황이 꺾인 상황에서 시장 대응에 실패했을 뿐, IPO 절차를 준수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금감원은 이 대표의 탄원서 제출과 관련해 “개별 사안에 별도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파두 주가는 지난해 급락 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일 종가는 1만7560원으로, 공모가(3만1000원) 대비 43%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