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도쿄에서 입주금만 50억이 넘는 초호화 실버타운이 등장해 화제다. 미츠이(三井)부동산이 도쿄 시내 금싸라기땅에 마련한 36층짜리 ‘파크웰스테이트 니시아자부’가 그 주인공. 오는 10월 오픈 예정인 이 실버타운은 총 400객실로 구성돼 있다.
‘파크웰스테이트 니시아자부’가 위치한 미나토구(港区)는 고급 주택들이 많이 있는 부촌(富村)이다. 도쿄타워를 비롯, 아카사카, 아오야마, 롯폰기 등이 있다. 일본 경제잡지 도요케이자이(東洋経済)에 따르면, 미나토구는 작년 기준 도쿄 23구 주택지 중 거주민 연봉이 가장 높았고 지가(地價)도 가장 비쌌다(2위 치요다구, 3위 시부야구). 작년 11월에 부동산 개발회사인 ‘모리빌딩’이 미나토구에 아자부다이힐스(공사기간 34년의 초고층 복합 단지)를 오픈하면서 시세는 더 탄력을 받고 있다.
도심 한복판이라는 입지에 걸맞게, 실버타운 시설과 서비스는 최고급이다. 식사는 일본 최고 호텔인 테이코쿠(帝国)호텔의 전속 요리사가 입주민들의 건강을 고려해 양질의 식단을 제공한다. 식당이 위치한 35층은 사방이 탁 트여서 도쿄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수중 워킹이 가능한 널찍한 수영장과 목욕탕, 도서관, 노래방 등 다양한 편의 시설도 마련돼 있다. 또 일본 최초로 실버타운에 얼굴인식 시스템을 도입해 입주자들의 이동 편의와 안전을 돕는다. 몸이 불편해져서 간병 서비스가 필요하게 되면, 돌봄 객실(60실)로 이동해 보살핌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다.
입주 비용은 나이와 면적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큰 평수는 119㎡(36평형, 방 2개)인데, 78세 부부가 입주하는 경우 일시불 선납으로 입주금 6억2000만엔(약 57억6000만원)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관리비·의료상담 등으로 부부 기준 매달 55만엔(약 511만원)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식비는 별도다.
가장 작은 호실은 도심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쾌적한 발코니에 방이 1개인 구조(41.85㎡, 약 13평)로, 75세 노인 혼자 입주시 일시불 선납 기준으로 7400만엔(6억8000만원)이 필요하다. 월 이용료는 23만5460엔(약 219만원).
3일 일본 TBS뉴스에 따르면, 파크웰스테이트 니시아자부는 10월 오픈을 앞두고 문의 건수가 4000건 이상일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고 한다. 상장사 임원, 전문직, 자산가 등 경제력을 갖춘 시니어층의 입주 문의가 많은 편인데, 전체 400실 중 180실 예약이 이미 끝났다.
생의 끄트머리에는 어디에서 살다가 죽을 것인가. 나이가 들면 누구나 ‘마지막 보금자리(終の住処)’에 대한 결정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 노인대국 일본에는 고령자들을 위한 주거 공간이 다양한 형태로 공급된다. ‘파크웰스테이트 니시아자부’처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액티브 시니어들을 위한 초고가 실버타운이 있는가 하면, 정부가 90% 이상 보조해 줘서 한 달에 13만원 정도만 내면 살 수 있는 공공 양로원도 있다. 일본 정부는 고령화 추세를 반영해 현재 2.5% 정도인 고령자 전용 주택 비중을 2030년 4%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서울 도심 최고가 실버타운은 어디
그렇다면 서울 도심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럭셔리 실버타운은 어디일까. 부동산 플랫폼 ‘땅집고’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더클래식500(2009년 완공)′이 가격 측면에선 최고가다. 385실 전체가 전용면적 123~130㎡(약 55평)의 단일 평형으로, 전면 통유리 구조라서 서울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호텔 못잖은 시설이다 보니 입주 비용은 만만치 않다. 지난 4월 기준으로 보증금 10억원(3년)에 월 이용료가 175만원이다. 물가 상승 추이에 따라 계속 오르는 추세다. 세대·공동 관리비로 월 280만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부부 식비 최소 60만원 의무). 현재 시니어 600여명이 입주해 살고 있는데, 나이 들어서도 경제 활동이 가능한 전문직과 고액 연금 생활자 등이 많다고 한다.
재계약률이 90%가 넘는 데다 신규 입주 수요도 높아서 1~2년은 대기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빈 방이 없다 보니 50대부터 대기표 뽑고 줄서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면서 “방이 나오면 바로 입주해야 하는데 현금 10억원을 수중에 쥐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순번이 예상보다 빨리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