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AP 연합뉴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진 가운데, 투자 고수인 워런 버핏(93)이 보유 자산 중 현금 비율을 늘려 역대 최대인 2769억달러(약 377조원)를 현금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던 애플 주식을 절반가량 덜어냈고, 대형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비야디(BYD) 같은 주요 종목들도 대거 처분했기 때문이다.

3일 버크셔해서웨이가 공표한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버크셔가 보유한 애플 주식 시가총액은 842억달러(약 115조원)로, 3월 말보다 38% 급감했다. 2분기에 애플 주가가 23%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버크셔는 보유했던 애플 주식 가운데 49% 이상을 처분한 셈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버크셔는 지난해 4분기(-1%)와 올해 1분기(-13%)에 이어 3분기 연속으로 애플 주식 비율을 줄여왔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월가에서는 애플을 비롯해 미국 증시에 대한 버핏의 판단이 크게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핏은 주가가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과열되었다고 판단되면 비율을 줄이는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상반기에만 20% 넘게 올랐던 미국 증시의 향후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버핏은 지난 5월 버크셔 주주총회 당시만 해도 “애플은 지극히 훌륭한 투자 대상이며 2024년 말 시점에 최대 보유 주식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지만, 매각 속도를 오히려 높여왔다.

버크셔는 포트폴리오에서 애플 다음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던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도 지난달에 12일 연속 매각해 38억달러(약 5조원)가량을 팔았다.

애플 등 주요 주식들을 대거 처분하면서 버크셔의 투자 실탄은 현금과 단기채권을 합쳐 6월 말 기준 2769억달러로 급증했다. 종전 최대였던 지난 3월 말보다 50% 가까이 급증했다. 버핏이 엄청난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WSJ는 버핏이 견고한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낮은 가격에 살 만한 좋은 투자처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이사는 “시장이 은행주의 건전성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2011년 버핏은 은행주 투자를 시작했다”면서 “버핏의 과감한 투자는 계속되어 2017년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최대주주가 되었는데 은행주를 청산하기 시작한 버핏에 대해 시장의 경계감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