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고용시장이 위험 구간(danger zone)에 가까워졌다.”(클라우디아 샴 박사)
향후 미국 경기 전망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거세진 가운데,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샴의 지표(Sahm rule)’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샴의 지표란, 클라우디아 샴(Claudia Sahm)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백악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2019년 만든 경기 침체 예측 수단이다. 최근 3개월 실업률의 이동평균을 직전 12개월 동안의 3개월 실업률 이동평균 최저치와 비교한다. 만약 최근 3개월 실업률 이동평균이 직전 1년 실업률의 석 달 이동평균 최저점보다 0.5%포인트 높으면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고 본다.
미국에서 공식적인 경기 침체 선언은 미국국립경제연구소(NBER)가 담당하고 있다. 통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감소하면 경기 후퇴로 정의한다. 그런데 NBER은 투자와 고용, 소비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기 때문에 실제 경기 침체가 발생하고 나서 6개월~1년 정도 지난 뒤에나 판단이 나오게 된다. 일종의 ‘뒷북 선언’인 셈이다.
반면 샴의 지표는 수많은 경제 데이터 중 조사와 발표 시점이 15일 정도로 짧은 실업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실시간 경기 예측 온도계’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지난 1960년 이후 모든 경기 침체를 초기 단계에 식별해 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회색 음영 구간이 NBER이 선언한 실제 경기 침체 시기였는데, 파란색으로 그려진 샴의 지표 예측도가 상당히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예상 웃돈 美 실업률... 샴의 지표 발동
‘샴의 지표’를 만든 클라우디아 샴 박사는 지난 2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샴의 지표가 7월 실업률 상승 여파로 0.53%p를 기록해 경기 침체 신호가 발동되었다고 밝혔다(6월은 0.43%p). 지난 4월 3.8%였던 미국 실업률은 4.0%, 4.1%로 계속 오르더니 7월엔 4.3%를 기록했다. 4.3%는 지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샴 박사는 “미국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1년 동안은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이민자 수는 급증하는데 고용이 예상보다 원활하지 않다 보니 실업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샴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샴의 지표’가 불변의 법칙은 아니며 경험적 규칙성을 나타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증권은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의 증가와 관련,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공장 유지 보수라는 계절적 특성 때문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주 대비 약 1만4000명 늘어난 실업자 중 절반이 자동차 제조 지역인 미시건 주에서 나타났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고 있어서 앞으로 실업률이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속속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경제학자는 “고금리 시대에 재무적으로 어려워진 기업들이 고용을 미루면서 실업률이 연말 5%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경제는 2025년 6월까지 하강할 가능성이 56%에 달한다.
미국의 고용 둔화는 소비력을 약화시키고, 이는 증시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파트장은 “전통적으로 실업률과 미국 증시의 상관성은 매우 높았다”면서 “과거 2000년대 IT버블 당시에도 고용 지표 둔화가 기술주 하락으로 이어진 바 있다”고 말했다. 올해 증시를 주도해온 인공지능(AI)에 대한 수요가 계속 견조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