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우리 증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 5개월 만에 ‘최악의 날’을 맞았다. 장중 8%나 급락하며 2400대 중반까지 떨어진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들은 단 17개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며 투자 심리도 최악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957개 중 919개에 ‘파란 불’이 들어왔다. 21개사가 이미 거래 정지 상태였다는 점을 제외하면, 17개 회사만 빼고 모든 상장사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2시 14분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 20분 간 거래를 중단해둔 상태다.

시가총액 1위 종목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가 나란히 9%대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9.55% 내린 7만2000원에서 거래가 중지된 상태이며, SK하이닉스는 9.58% 내린 15만6600원에서 거래가 멈췄다. 그 외에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셀트리온, 기아 등 시총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 시각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16.38포인트(8.09%) 내린 2459.81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하루 만에 8% 넘게 하락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던 지난 2020년 3월 19일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코스닥지수는 9.5%대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 거래일 대비 74.01포인트(9.5%) 내린 705.32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이날 우리 증시가 급락한 것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면서도 9월 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고용지표가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에서 실업률이 4.3%를 기록하며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 고용지표 부진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7월 구매자관리지수(PMI)도 46.8를 기록하며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인 48.8에 못 미쳤다. 특히 PMI 하위 지수인 고용지수가 43.4로 전월 대비 5.9포인트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