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여기까지 떨어지겠나 싶어 7만1000원에 걸어뒀는데, 전량 다 사졌어요. 너무 빨리 산 건가요?”(투자자 이모씨) “불과 며칠 전에 목표주가 13만원 장밋빛 보고서도 나왔는데, 왜 이렇게 빠지는 건가요? 전쟁이라도 터진 건가요?”(삼성전자 주주 김모씨)
5일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가 10.3% 하락한 7만1400원에 마감했다. 장중 7만200원까지 빠지면서 ‘7만전자’도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가까스로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하락으로 삼성전자는 올해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작년 말 주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삼성전자의 이날 하락률은 한국거래소가 통계를 취합한 1998년 이래 역대 12위였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률이 가장 컸던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지난 2008년 10월 24일(-13.76%)이었다. 당시 오전에 장이 열리자마자 9460원으로 출발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8120원까지 추락하는 등 하루 종일 살벌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삼성전자 주식이 금융위기급 폭락세를 보이자, 개미군단의 ‘사자’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2300억원, 1778억원 어치 주식을 처분했는데, 이를 전부 개인이 받아냈다. 개인들은 이날 하루에만 1조3517억원 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폭락장은 삼성전자 줍줍일’이라던가. 이날 개인 순매수 2위인 SK하이닉스(2260억원), LG화학(528억원), 네이버(345억원)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액수였다. 앞서 지난 2일에도 개인들은 삼성전자를 5222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기업 가치나 실적의 문제라기보다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들의 기계적인 매도가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소연 신영증권 이사는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에 휩싸인 SK하이닉스(-9.9%)보다 삼성전자 낙폭(-10.3%)이 더 컸다는 것은, 지수 자체를 매도하는 수급이 오늘 주력이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낮을수록 저평가)은 종가(2442) 기준 0.88배였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코스피가 0.88배를 하회했던 시기는 2001년 IT버블 붕괴(0.66배), 2003년 카드채 사태(0.69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0.81배), 2020년 코로나 위기(0.59배), 2022년과 2023년 하반기(0.83배) 등 여섯 차례 뿐이었다.
유명간 연구원은 “극단적인 위기 국면이 아니라면 코스피는 PBR 0.83~0.85배 정도가 저점이었다”면서 “현재 밸류에이션(투자 척도)으로 보면 추가 하락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