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ersby look at an electronic board displaying Topix, Japan's Nikkei share averages, and Japanese yen exchange rate against the U.S. dollar outside a brokerage in Tokyo, Japan, August 6, 2024. REUTERS/Willy Kurniawan

지난 5일 전 세계 주식시장이 동시에 급락하는 최악의 ‘블랙 먼데이’를 맞이한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가 트리거(결정적인 원인)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통화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야르데니 리서치의 최고경영자(CEO) 에드 야르데니는 “미국 주식의 상당 부분 매도세가 일본의 움직임에 기인한다”며 “엔 캐리 트레이드는 투기꾼들이 일본에서 저금리로 빌린 돈을 엔비디아 등 ‘매그니피센트 세븐’ 기술주에 투자하면서 발생했다. 엔 캐리가 청산됨에 따라 미국 기술주가 급락했다”고 야후파이낸스에 말했다. 블루베이자산운용의 마크 다우딩 최고투자책임자는 “(고용) 데이터에서 (미국 경제의) 경착륙을 시사하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글로벌 폭락장의 배후에는 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급락 방아쇠 당긴 엔 캐리 청산

엔 캐리 트레이드란,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특히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하면서 양국의 금리 및 환율 차이가 엔 캐리 트레이드를 부추겼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0∼0.1%에서 0.25%로 인상하고, 미국은 곧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높아질수록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은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엔 캐리 자금 규모를 20조달러(약 2경6700조원)로 추정한다.

한 달 전만 해도 달러당 162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 5일 달러당 141엔대까지 떨어졌다. 엔화 가치가 높아진(엔·달러 환율 하락) 상황에서 증시가 개장하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증시 하락세가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그래픽=양인성

미국의 경기 침체와 인공지능(AI) 거품론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엔 캐리 청산’을 빌미로 돈을 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린서플자산관리의 시마 샤 수석 글로벌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지금은 엔 캐리 트레이드 문제는 일단 진정되고, 미국 빅테크주(株)의 거품론과 중동 지역 긴장이라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나타난 외국인의 매도세 역시 엔화 강세에 따른 엔 캐리 청산 영향인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한다.

◇日, 한국 주식 보유 16조원대

과거 엔 캐리 트레이드의 무질서한 청산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적은 3차례 있다.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사태 △2001년 닷컴 버블 △2006~2008년 일본의 금리 인상과 미국 서브프라임 모지기 사태 등이다. 당시 주가 급락과 함께 미국의 금리 인하가 동반되면서 엔 캐리 청산을 부추겼고 이로 인해 자산 가격 변동성이 더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지난 5일 증시 폭락에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키트 저크스 수석 통화전략가는 “세계 최대의 캐리 트레이드는 몇 차례 붕괴 없이 풀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BOJ의 금리 인상이 과도한 엔화 가치 절하의 정상화임을 감안하면 당분간 엔화 강세는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BOJ의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대의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미·일 금리 차 축소 기대에 따른 엔화 강세는 최소한 9월 FOMC 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모틀리풀은 5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도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증시에도 아직 일본계 자금이 국내 증시를 뒤흔들 복병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일본계 자금의 한국 상장 주식 보유액은 16조2910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율이 크진 않지만 일본계 자금의 한국 증시 이탈이 다른 외국인의 이탈과 맞물릴 경우 국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장 변동성에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 캐리 트레이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일본 증시가 엔화 약세 때문에 과도하게 많이 올랐는데 앞으로 엔화 강세로 돌아서 일본 증시가 추가적으로 조정받는다 하더라도 (국내 증시의) 디커플링(비동조화)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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