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공모주 청약 시장에만 209조원 넘는 개인 자금이 몰렸다. 작년 상반기에 비해 134% 급증한 수치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1610대1에 달해 사상 최대였다. 작년 6월 한국거래소가 신규 상장 종목의 첫날 가격제한폭을 공모가의 60~400%로 확대하면서 ‘따따블(공모가의 4배)’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공모주는 상장 첫날 무조건 오른다’는 통설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일 상장한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공모가 대비 20.4% 하락한 가격에 거래를 마쳤고, 지난달 15일 상장한 바이오 소재 기업 엑셀세라퓨틱스 역시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 대비 16.7% 낮았다. 그만큼 공모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진 것이다.
이에 최근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의 투자 기초 강의 코너 ‘재테크 숟가락’은 성공하는 공모주 투자법을 주제로 다뤘다. 공모주 재테크와 예·적금 등으로만 연 3000만원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전업주부 박현욱(필명 슈엔슈)씨가 진행에 나섰다.
◇투자설명서 ‘이 부분’은 꼭 확인해야
박씨는 “기업의 투자설명서는 반드시 읽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설명서는 금융감독원의 기업공시 시스템 다트(DART)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보통 청약일 전날 오후에 업로드 된다.
문제는 투자설명서가 너무 길다는 점이다. 보통 500~700쪽이고, 많을 때엔 1000쪽이 넘기도 한다. 필요한 부분만 빠르게 읽는 전략이 필요하다. 박씨는 “투자설명서 본문 1부 가운데 1번(모집 또는 매출에 관한 일반사항)과 3번(투자 위험 요소)·4번(인수인의 의견)·5번(자금의 사용 목적) 항목은 꼭 체크하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는 ‘자금 사용 목적’을 꼽았다. 박씨는 “공모 자금을 대출금 상환이나 신사옥 건설, 토지 매입 등에 쓰겠다는 기업들은 투자 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공모주 대어(大魚)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기업공개 관련 기사에선 ‘공모주 대어’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예컨대 올 하반기 상장이 점쳐지는 대어로는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외식 경영 전문가 백종원씨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 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박씨는 “대어라는 것은 수익률을 크게 낸다는 개념이 아니라 공모 규모가 크다는 뜻”이라며 “대어가 수익률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할 만한 공모주로는 당시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 그리고 구주매출(기존 주주의 지분 매각)이 없으면서 상장 당일 유통 가능 물량이 많지 않은 기업을 꼽았다.
◇공모주 배정 더 받는 법
목돈이 없어도 균등배정 청약을 통해 공모주 투자를 할 수 있다. 균등 배정이란 최소 청약증거금 이상을 넣은 이들에게 동등한 배정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경쟁률이 높으면 아예 배정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한주라도 더 받기 위한 방편으로 가족 계좌를 이용할 수 있다.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 계좌까지 동원하면 본인 계좌 하나만 있을 때보다 더 유리해진다.
비례배정을 더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비례배정은 증거금을 많이 넣을수록 유리한데, 문제는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최대 수량에 제한이 있다는 점이다. 이럴 때 증권사의 청약우대조건을 갖추면 청약 한도를 늘릴 수 있다. 박씨는 “대부분 증권사가 ‘3개월 계좌 평균 잔고 3000만원 이상’과 같이 단서를 달기 때문에 우대조건은 미리 맞춰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아울러 비례배정을 더 받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마통) 대출을 받는 경우엔, 공모주 투자 이익이 대출이자를 상쇄하고도 남을지를 잘 계산해봐야 한다. 또 대출받아 투자하는 경우에는 청약 마지막 날에 참여하는 것이 하루라도 이자를 덜 내는 방법이다.
이어 박씨는 “상장일 시초가에 매도하는 것까지가 공모주 투자”라며 “큰 수익을 바라기보다는 ‘익절’은 늘 옳다는 심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즘 공모주들은 공모가에 거품이 끼인 경우가 많고, 대다수 종목이 상장일 이후 하락할 확률이 80% 이상”이라며 “투자 수익에 대한 지나친 욕심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