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로 지난주 후반과 이번 주 초 한국과 미국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다행히 이후 다시 반등했지만, 침체 논란은 여전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주식 계좌에 있던 자금을 금(金) 등 안전 자산으로 옮기며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지수 폭락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엔 캐리 트레이드(일본 엔화를 빌려 전 세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 청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경기 침체 우려를 쉽게 거둘 수 없는 이유다.

만약 경기 침체가 진짜로 다가오면 주식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가 패닉셀링(공황매도)에 나서면서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칠까. 아니면 주가에 미리 반영하는 주식시장답게 실제 침체 상황에서는 오히려 반등 기회를 엿볼까. 조선비즈는 과거 미국에서 경기 침체가 발생한 11번의 해에 주식시장 수익률이 어땠는지 살폈다.

그래픽=정서희

7일 미국의 경기 침체 여부를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미 국립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선 총 11번의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 NBER은 통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감소하면 경기 침체 상황으로 판단한다.

11번의 경기 침체가 나타난 해에 뉴욕 증시 흐름을 보자.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2번 하락하고, 9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성장한 해는 1947년(-2.5%)과 1974년(-29.2%)이었다. 상승한 해는 1949년 8.8%, 1954년 41.4%, 1958년 37.0%, 1975년 32.7%, 1980년 23.5%, 1982년 9.9%, 1991년 17.2%, 2009년 24.2%, 2020년 15.2%다. 1949년과 1982년을 빼고는 모두 두 자릿수 수익률을 냈다.

미국 경기 침체 때 한국 증시 흐름은 어땠을까. 코스피 지수가 등장한 시기를 고려하면 1982년부터 비교할 수 있는데, 1982년과 1991년엔 각각 1.76%, 12.24% 하락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로는 양상이 달라졌다. 코스피 지수는 2009년엔 49.65% 올랐고, 2020년엔 30.76%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S&P500 지수가 24.2%, 15.2% 오른 것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경기 침체 공포에 따른 패닉셀이 일시적인 증시 하락으로 이어지는 일은 종종 있다. 지금처럼 R의 공포 우려가 컸던 2022년 코스피 지수는 -24.89% 하락했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선 영향이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3년 코스피 지수는 18.73% 상승했다.

증권업계에선 최근 주가 급락 사태가 1987년 ‘블랙 먼데이’랑 비슷하다고 말한다. 주식시장이 폭락을 경험할 순 있지만, 실물 경기에 큰 충격을 줄 만큼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1987년 투자자들은 빚을 내 주식에 투자했고, 당시 S&P500 지수는 8개월 동안 38.7% 상승했다. 블랙 먼데이였던 10월 19일 월요일 S&P500 지수는 갑자기 20.4% 급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다음날 바로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고, 증권사들은 도산하지 않고 버텼다. 결국 금융시장은 2년 내 손실을 모두 회복했다.

국내 증권가는 오히려 주식 매수를 권하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990년 이후 코스피 지수 일별 하락률을 보면, 이달 5일 주가 하락은 역대 5위로 2020년 3월 19일 코로나19 당시보다 하락 폭이 크다”고 했다. 허 연구원은 “역대 코스피 상승률 상위 사례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닷컴 버블 이후 주가가 올랐다”며 “급락 이후 의외로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고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밴드 2500~3000선을 유지한다”며 국내 주식 매수를 추천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를 확증하기에 7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 46.8, 실업률 4.3%는 충분치 않다”며 “국내 증시의 최근 급락은 과도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