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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 10년 차인 최모(39) 과장은 최근 펀드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건 종목 선정이 어렵고, 분산 투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막상 펀드에 투자해 보니 실시간 매매가 되지 않아 매수 또는 매도 기준 가격을 바로 알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은퇴 자산을 위해 장기 투자 예정인데 보수와 수수료 등 펀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고민이다.

최씨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투자를 살펴볼 만하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데, 펀드처럼 분산투자를 하면서도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래픽=김하경

◇20년간 연평균 25% 증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펀드 순자산 총액은 1065조원이다. 공개적으로 운영하는 ‘공모펀드’ 순자산이 416조원, 사적으로 모집된 소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 순자산이 649조원으로 각각 39%, 61%를 차지한다.

이 중 ETF는 순자산이 153조원으로 공모펀드의 37%가량을 차지한다. 올 상반기 주식형 공모펀드의 순자산은 2020년 말 대비 35조3000억원(49%) 늘었는데, ETF를 제외하면 오히려 2조1000억원 줄었다. ETF가 공모펀드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ETF 시장은 지난 20년간 가파르게 성장해 연평균 순자산 증가율이 25%에 달한다. 2004년 순자산 총액이 4993억원, 펀드 수가 6개에 불과했던 것에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펀드 수는 863개로 늘었다. 특히 해외 투자 비율이 늘고 있다. 2020년 말에는 국내외 주식형 ETF 중 해외 주식형 비율이 5%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41%까지 늘었다.

◇거래 쉽고 투자 비용 낮아

ETF는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해 거래가 쉬우면서 펀드와 달리 판매 보수가 없고 운용 보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비용이 낮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펀드는 펀드 매니저가 직접 사고팔며 수익을 내지만, ETF는 투자자가 직접 실시간으로 매매해 지수를 따라 수익을 내기 때문에 수수료가 낮다. 일반 펀드 비용이 1.5~3% 안팎, 인덱스 펀드 비용이 0.35~1.5% 정도인 것에 비해 ETF 비용은 0.15~0.5% 수준이다. 이 때문에 투자 기간이 길수록 펀드와 ETF 간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 차이도 더 커진다.

한편 자산운용사 이름이 그대로 드러나는 펀드와 달리, ETF는 자산운용사별 별도 브랜드가 붙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삼성자산운용의 코스피 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는 ‘삼성인덱스플러스증권투자신탁’, 인덱스 ETF는 ‘삼성KODEX200 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과 같은 식이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판매 중인 ETF 자산운용사는 27곳으로 각각 브랜드를 통해 운용사를 확인할 수 있다.

◇분배금·해외 상품 매매 차익에 세금

주식을 매도할 때 내는 증권거래세 0.18%는 ETF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ETF 투자와 관련해 발생하는 세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ETF 보유와 관련해 내는 세금이 있다. 주식에 배당금이 있는 것처럼 ETF는 배당과 이자 등으로부터 나오는 분배금을 주기적으로 지급한다. 이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가 원천 징수된다. 분배금이 연간 2000만원을 넘는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ETF도 분배금 기준일에 보유해야 분배금을 지급받는데, 일반적으로 주식형 ETF 분배금 기준일은 1·4·7·10월 마지막 거래일이다. 지급 기준일과 지급 횟수, 분배금 규모는 상품마다 다르므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월지급식 ETF의 경우 월지급액이 국내 주식 매매 차익에서 나온 것은 비과세, 배당과 이자 등 그 외 수익원은 과세 대상이다.

둘째로 ETF를 매도할 때 세금이 발생한다. 국내 주식형 ETF의 경우 매매 차익은 비과세 대상이다. 이 외에 국내 채권, 해외 주식, 해외 채권, 원자재, 부동산, 외환 등에 투자하는 ETF는 매매 차익에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

은퇴 자산을 준비한다면 연금저축계좌와 퇴직연금을 통해 ETF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두 경우는 과세가 이연돼, 분배금이나 매매 차익이 발생할 때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연금을 수령할 때 세금(3.3~5.5%)이 부과된다. 또 변액보험을 통해 ‘보험 차익 비과세 요건’을 충족시키며 ETF에 투자한다면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상장폐지 등은 주의

ETF를 통해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뭐가 있을까. 우선 다수의 자산에 분산 투자한다고 해도 여전히 투자 위험은 존재한다. 주가, 금리, 환율, 원자재 등 기초 자산 가격의 등락에 따라 큰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ETF도 주식처럼 상장 폐지 가능성이 있다. 다만 ETF는 상장폐지 된다 해도 보유 중인 종목 가치는 유지되므로, 상장폐지일 기준 순자산 총액에서 보수 등을 차감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주식의 상장폐지와는 다른 점이다.

ETF를 선택할 때는 펀드 규모가 크고 거래가 활발하며 동일 유형의 펀드나 벤치마크에 비해 장단기 수익률이 안정적인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당장 돈이 몰리는 ETF를 따라 사기보다는 투자 대상과 투자 시기를 분산하는 것도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다. 자산 배분 ETF나 은퇴 시점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는 ‘TDF(Target Date Fund)’를 활용하는 것도 분산 투자를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