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삼불화질소(NF3) 공장. /효성화학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IMM프라이빗에쿼티(PE)-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선정한 가운데, 매각 측과 우협이 몸값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양측은 이르면 이달 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올해 안에 거래를 종결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 PE-스틱 컨소시엄은 당초 제시했던 1조3000억원보다 더 낮은 값에 특수가스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IMM PE 측에서는 손동한 대표가, 스틱인베스트먼트 측에서는 채진호 대표가 인수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컨소시엄 측은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가 주력 제품인 삼불화질소(NF3)를 장기 계약이 아닌 스팟성(일시적) 공급 형식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 삼아 1조3000억원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용 가스 업체 에어퍼스트의 경우 범용성이 높은 제품을 판매하며 삼성전자 등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 계약을 맺고 납품하고 있지만, 특수가스의 경우 그렇지 않다”면서 “이번 매각가도 과하게 높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산업용가스협회(EIG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전세계 산업용 가스 시장에서 특수가스의 비중은 6% 정도였다.

컨소시엄 측은 지난해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6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도 가격 협상에 유리한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돼있는 산업용 가스 관련 기업들의 EBITDA 멀티플은 최고 10배 수준이다. 원익머트리얼즈가 지난해 EBITDA를 기준으로 10.6배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인정 받고 있으며 동성화인텍이 9.1배, 태경케미컬이 6.9배, 덕양산업은 2.7배에 불과하다. 만약 10배의 멀티플을 효성화학 특수가스에 적용한다면, 기업가치가 60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컨소시엄이 효성화학 특수가스의 몸값을 6000억원대로 깎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통상 기업 매각 시 우협 선정 단계에서부터 수정안(마크업)에 가격 조정 제한을 두는데, 조정 폭은 최대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우협이 협상을 잘 하더라도 1조1700억원 밑으론 내리기 어려운 셈이다.

효성화학 측은 지나치게 낮은 몸값을 수용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NF3 시장은 반도체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에 발맞춰 갈 수밖에 없는 만큼, 일반적인 산업용 가스 기업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효성화학 측은 증설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효성그룹의 NF3 생산 능력은 2007년 1300톤에 불과했지만, 꾸준히 증설해 현재 1만톤까지 늘린 상태다. 오는 2026년까지 1만7500톤으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 컨소시엄은 인수금융도 새 판을 짜고 있다. 당초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은행이 인수금융을 주선하기로 했었으나 처음부터 비딩을 다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컨소시엄 측 관계자는 “대주단과 바인딩 계약을 체결한 건 아니고 클로징이 연말까지인 만큼, 급할 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모두 블라인드펀드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3000억원이 최대치로 알려졌다. 에쿼티를 절반씩 담당하고, 나머지는 인수금융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