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8월 8일 17시 4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영풍제지 주가 조작으로 홍역을 치른 영풍제지의 모회사 대양금속이 이번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됐다. 반대매매로 최대주주 지분율이 하락하자 KH그룹이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경영권 장악에 나섰기 때문이다. KH필룩스 역시 600억원대 주가 조작에 연루된 기업이라 소액 주주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강남구 KH그룹. /뉴스1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모씨 외 3명은 대전지방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기존 이사진을 해임하고, 자신들이 추천한 새 이사진을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소송은 KH그룹이 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진명 KH그룹 부사장이 사내이사 중 1명으로 추천됐기 때문이다.

KH그룹이 지배하는 비비원조합은 대양금속 주식 5% 이상을 보유했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현재까지 보유 지분은 320만주, 지분율로 환산하면 6.1%다. 비비원조합은 지난 25일부터 나흘간 지분을 사 모았다.

비비원조합의 최대주주는 제이브이씨조합이고, 제이브이씨조합의 최대주주가 에프에스플래닝이다. 에프에스플래닝은 KH필룩스의 완전 자회사다. KH필룩스 → 에프에스플래닝 → 제이브이씨조합 → 비비원조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대양금속은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으로 부침을 겪었다. 대양금속이 영풍제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가 조작 정황이 드러났고, 관계자가 구속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주가가 급락하면서 최대주주 지분도 장내에서 매도됐다.

대양홀딩스컴퍼니와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대양금속 보통주는 한주도 남지 않았다. 이들은 현재 우선주로만 총 873만7385주를 보유하고 있다. KH그룹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다만 대양금속 우선주에는 의결권이 붙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KH그룹이 경영권을 장악하려면 추가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KH그룹은 과거에도 대양금속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한 적이 있으나, 가격이나 조건 등이 맞지 않아 포기한 적이 있다”며 “기존 최대주주 장악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영풍제지도 함께 따라오니 기회라고 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대양금속이 가진 스테인리스 공정 설비가 KH그룹 계열사와 사업 연계성이 좋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KH그룹도 주가조작에 연루돼 수사 중이라는 점이다. KH필룩스 경영진은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다는 허위 공시로 주가를 조작해 600억원대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 2018년 2월부터 9월까지 암 치료제 공동개발 사업에 진출할 것처럼 허위 공시를 내 631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KH그룹은 상장계열사 5곳(IHQ·KH필룩스·KH건설·KH미래물산·장원테크)이 모두 주권거래정지 상태다. 총책으로 지목된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해외 도피 중으로, 현재 인터폴 적색 수배가 내려졌다.

이에 대해 KH그룹 관계자는 “주가조작 혐의는 한 차례 무혐의가 나왔지만, 다시 기소돼 현재 재판에 임하고 있다”며 “대양금속과의 사업적 시너지가 기대돼 추가 지분을 확보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양금속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11월 2일 유상증자를 처음으로 결정한 이후 납입일만 11번째 조정됐다. 대양금속은 피에치2호조합과 대양금속 최대주주인 이옥순 대표의 배우자 공갑상씨에게 각각 427만3504주씩을 배정하는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약 1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